베트남·우즈벡에 한국 수출 거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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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자동차는 멕시코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 내 서비스망은 현지 2차 부품회사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원가 효율성도 낮다. 이렇게 되자 일본 정부가 나섰다. 자국 자동차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일본 자동차회사와 멕시코 부품사 간의 기술협력을 지원하는 한편 북남미 시장의 생산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하는 전략을 짰다. 일본의 1차 부품회사들이 멕시코로 진출했고, 2차 부품회사에는 일본산 서비스시설을 들여다놨다. 이에 필요한 자금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원조 사업자금(ODA)으로 댔다. ODA가 단순한 원조를 넘어 자국 산업의 확대와 글로벌 체인망을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도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을 참여시켜 그 국가의 특정산업을 한국화하는 형태다. 시범대상국은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이다. 베트남은 세계 5위의 쌀 수출국이고,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5위의 면화 생산·수출국이다. 이런 점을 활용해 내년까지 베트남에는 농기계 허브를 구축하고, 우즈베키스탄에는 섬유메카를 만든다.

 베트남의 경우 산업통상부·기획재정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국내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농기계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 농기계 생산과 수리에 필요한 기술은 국내 퇴직인력을 활용해 베트남에 무상제공한다. 한국 농기계의 수출은 매년 크게 늘고 있지만 베트남은 오히려 줄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이나 일본산을 수입한다. 주로 중고제품이다. 자칫하면 쌀 생산대국에서 한국 농기계 시장이 퇴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행히 베트남은 최근 들어 농업현대화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양하고 소규모인 농지에 맞는 효율적인 기계화사업이 핵심이다. 우리 정부가 ODA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의 농지 기계화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KIAT는 지난달부터 베트남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농지에 맞는 트랙터의 클러치팩이나 변속기어, 캐빈과 같은 맞춤형 농기계 설계에도 착수했다. KIAT 측은 “올 하반기에 현지 생산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내년에는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섬유기술을 전수한다. 물론 관련 시설 확충에도 나선다. 우즈베키스탄은 저부가가치 산업인 방적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는 작업이다. 우리 정부는 ODA 자금을 활용해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섬유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오래전 진출한 동남아시아는 한국 의류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활용해 우즈베키스탄을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섬유메카로 키운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돼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KIAT는 우선 편직과 염색 가공 양산공장을 건설하고 이어 의류업체의 진출을 돕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국산 섬유기계는 우즈베키스탄에 ODA로 지원한다.

 KIAT 정재훈 원장은 “우리의 산업역량을 글로벌 생산체인 형성에 활용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한국산업의 세계 거점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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