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아닌「혼합」|주한 3개 사령부 통합 설의 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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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스트롬·더몬드」「윌리엄·스코트」두 미 상원의원이 극동 9개국을 순방한 뒤 상원에 낸 보고서에 나타난 주한「유엔」군사·미 군사·8 군사 통합 설은 어디까지나 경비와 인원을 줄이기 위한 「혼합」작용이지「화합작용」은 아니다. 미국이 이 3개 사령부를 이미 한 지붕 밑에 모으고 한 사람의 4성 장군이 3개 사령관을 겸임케 했으며 그의 휘하 참모들이 1인 3역을 맡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방성의 한 대변인도 3개 사 통합 설에 대해 「유엔」군사의 지위변경이 아니고 행정상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상식적으로도 「유엔」군사의 해체에 준 하는 지위변경은 미국 단독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유엔」의 결정이 있어야 된다. 실제로 그런 중대조치가 있었다면 두 사람의 상원 의원의 보고서를 통해서 비로소 밝혀질 성질의 것도 아니다.
「더몬드」와「스코트」의원은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의원이다. 「더몬드」는 특히 친한 입장을 취한다. 모 보고서에 나타난 10항의 건의내용 중에는 한국 공군의 현대화 이전에는 미국 공군을 감축해서는 안되고 제4「미사일」사의「어니스트·존」은 철수하지 말 것이며 통합된 사령부의 인원은 계속 줄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주한 미제 2보병사단은 태평양 사령부의 비상 군으로 만들어 사단병력 전체나 그 일부를 한국 밖의 태평양 지역으로 가끔 출동시켜 한국인으로 하여금 미군이 한국에 항구적으로 주둔할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인식시켜 주라고 건의했다. 이것은 주한 미군을 기동 후비 군으로 만들어「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역 방위를 맡기겠다는 「슐레징거」구상을 지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이런 건의는「슐레징거」구상의「템포」를 따르지 못한다. 「슐레징거」는 국방보고서에서 벌써 주한 미군의 역할을「아시아」-태평양 방위에서「유럽」안보에 대한 간접참여라는 데까지 학대시켰다.
이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사견을 엮은 것이다. 그것이 주한 미군의 장기화에 힘이 된다거나 반대로 기동 후비 군화를 촉진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미국 의회의 분위기를 모르는 탓이다.
군사원조는 외교위원회에서 장악하고 실제 군수자금의 지출은 하원 세출위원회의 영향아래 있다. 그러나 주한 미군의 수준 같은 것을 다룰 때 국방위에서 한국에 대해 유리한 입장을 취하는「더몬드」의원 같은 사람이 말을 거든다면 한국으로서는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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