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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번 쓰고 디스코 춤추는 이 남자들…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동의 왕자인가 아니면 석유 재벌인가. 머리에 터번을 쓰고 디스코에 맞춰 격정적인 춤을 추는 이 남자들,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이하 술탄)다.

시작은 농담 같았다. 인디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디스코 음악에 춤을 추면서 립싱크를 하는 아이돌 그룹을 만든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술탄의 노래를 작사ㆍ작곡하는 압둘라 나잠(보컬·30)과 J J 핫산(댄스, 코러스·33)이 주축이 됐다. 탄탄한 연주력을 갖춘 간지하드(드럼ㆍ29), 오마르 홍(기타ㆍ27), 카림 사르르(베이스ㆍ27)를 영입하면서 라이브가 가능한 밴드로 거듭났다. 데뷔 7년차였던 지난해 정규 앨범 1집 '더 골든 에이지'를 내놓은 뒤 각종 록 페스티벌에서 온몸의 디스코 세포를 깨우는 사운드를 선보였다.

이들이 새 싱글 ‘탱탱볼’과 함께 활동을 재개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15일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싱글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매진시켰다.
“어릴 때 탱탱볼은 한번 씩 갖고 놀았잖아요. 요즘엔 보기 힘든데 한번 노래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탱탱탱탱 탱탱볼’이란 가사가 입에 잘 붙는 거예요. 반복적 멜로디가 대중적으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 같았어요.”

탱탱볼을 몸으로 표현한 코믹한 안무는 압권이다. 핫산과 나잠이 직접 짰다. 연습 공간이 마땅치 않아 큰 거울이 있는 핫산의 회사(그는 직장인이다)나 절친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연습실을 애용했다.

"공놀이 3종세트 안무예요. 던지고 튀기고 토스하는 모습. 사실 안무를 짜는 것은 노래를 만드는 것만큼 힘들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거든요. 춤을 통해 머릿속에 음악이 그려져야 하니까요."

그 안무 덕분인지 이들의 공연을 가보면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춤을 따라한다. 이번 탱탱볼은 뮤직비디오에서 연주하는 멤버들까지 합세해 군무를 선보였다.

-그런데 왜 디스코인가.

"70년대 황금기였던 디스코는 차원이 다른 신남이 있어요. 왜 우리나라엔 이를 계승하는 밴드가 없을 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한국에 정착시켜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죠. 사람들도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발표한 1집은 이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했다. 팬들이 호응했고, 음악성을 가장 큰 잣대로 삼는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도 올랐다. 의외였던 건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샤이니ㆍ f(x)ㆍ글렌체크와 함께 후보가 됐다는 것.

“최고의 아이돌과 함께 올라서 사실 좋아요. 그런데 저희 음반은 세 팀과 장르적으로 다르거든요. 1집 제작 의도가 한국의 끊어진 장르의 맥락을 잇자는 것인데 댄스&일렉트로닉에 묶여 조금은 허무하긴 했어요.”

-술탄이 좋아하고 영향받은 뮤지션은 누구인가.

"70년대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한 다음에 그 뿌리가 되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됐어요. 요즘은 알 그린, 마빈 게이, 스티비 원더, 베리 화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가사를 보면, 연애에 서툰 남자의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저희 멤버는 모두 가사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탱탱볼처럼 노래도 악기로 들릴 뿐이죠. 멜로디나 리듬, 연주에 더 신경쓰는 편이에요. 가사가 중요한 건 또 다른 영역의 예술인 것 같아요. 포크 음악은 문학을 기타의 반주에 담아 얘기하는 건데 저희는 전혀 다른 분야죠."

-'인디계의 아이돌'이란 초기 컨셉트 때문에 음악적 평가를 덜 받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나?

"정말 이상한 게 사람들은 재밌으면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70년대 디스코 밴드들은 화려한 의상에 광대같이 분장했어요. 당시에도 상업적이고 퇴폐스럽다는 비판을 받긴 했죠. 그런데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거든요. 그 기반에 재즈·블루스·펑크가 있고, 그 음악적 노하우를 전수받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진지한 척 할 수도 없어요. 저희는 겉으로 진정성을 내세우는 것에 반감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로 깐죽거리는 거죠. 그 겉모습을 뚫고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해요."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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