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의 개발과 사용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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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현시점에서 지하수 사용료를 징수한다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의정부시의 계획을 보면 지하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사업체로부터 사용요금을 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전용수도 사용료 징수에 관한 조례」 안을 성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지하수 개발계획에 역행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지방관서가 조례 하나로 산업용수의 개발에 큰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악례를 남기는 점에서 한 지방관서의 문제로만 끝날 수 없는 성격을 지녔다.
짐작컨대 의정부시는 시 재정형편을 고려해서 지하수 사용료 징수라는 착상을 한 것 같으나 적극 권장하여야 할 지하수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임을 잊고 있는 처사다.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연간 1천1백40억 입방m에 이르고 있으나 그 중 44.7%인 5백10억 입방m는 증발해 버리고 하천 유출 량은 55.3%인 6백30억 입방m라는 분포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하천 유출 분은 규모로 보아서 결코 부족함이 없으나 계절적인 특수성 때문에 유출 량의 71.4%인 4백50억 입방m가 홍수로 일시에 흘러 나가고, 평상시 유하 량은 28.6%인 1백30억 입방m에 불과한 실정이며 이 중 12.8%인 80억9천3백만 입방m만이 현재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다목적「댐」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용수량의 부족을 통감하고 이를 늘리려는 의도인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일단 심한 한발이 올 경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흉작·식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68년에 격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사태에 당면했던 우리는 그해부터 1년간 전국에 3만1천 개의 우물을 파 놓고 필요할 때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쓸 준비를 해 놓았던 것이다.
이처럼 이용수량이 부족한 지금의 실정으로서는 지하수가 훌륭한 수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며, 기업체가 부족한 공업용수를 자력으로 지하에서 개발, 용수로 충당하는 것도 적극 권장하여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지방관서가 지하수 개발비용이나 그 설비를 지원해 주지 못할망정 사용료를 징수하겠다는 것은 그 법적 타당성은 차 치 하고서라도 교각살우의 짓이다.
만일 지하수 사용료를 그대로 징수하겠다면 기업의 지하수개발의 의욕을 위축시켜 정부가 전개하고 있는 지하수 개발계획에도 차질을 주고 나아가서는 용수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공업선진국에서는 중화학공업단지 등에서 공업용수로 마구 지하수를 끌어올려 퍼냄으로써 지반침강현상을 촉진, 이제 그 규제문제가 심각한 당면과제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이용수량도 보잘것없는 우리의 실정에서 민간이 자비로 개발해서 쓰는 지하수에 대해서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사용료를 받으려는 것은 현명한 일이 될 수 없다.
정책당국은 지하수의 보다 적극적인 개발과 활용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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