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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목숨」값도 싸다 선진국과 비교해 본 교통 사고 보험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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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의 사람값은 얼마나 될까-. 물론 값으로 셈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기만 그 하나의 「버로미터」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어떠한 대접을 받는가 하는 것을 들 수 있을 듯 하다.
최근 자동차 보험 업계가 조사한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인이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는 확률은 선진외국인에 비해 22배나 되지만 사망한 경우 받는 통상 보험 금액은 그 77분의1 (약1.3%)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데이터」를 보면 자동차사고 발생 및 대당 사망율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 1만대를 기준으로 할 때 1년간의 사망자수는 미국이 5명, 영국이 7명, 「프랑스」가 10명, 「이탈리아」가 18명, 일본이 5.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1백78명으로 미국의 36배, 영국의 25배, 「프랑스」의 18배, 「이탈리아」의 10배, 그리고 인접 일본의 32배나 되는 치사율을 나타내 그 잔혹성은 단연 세계에서 으뜸.
또 지난 7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손해 배상 책임 보험액은 사망자 1인에 50만원(부상자 최고30만원)이다.
그러나 같은 『달리는 흉기』에 의해 죽는 경우에도 스웨덴은 8천만원(1백60배), 「프랑스」 4천만원(80배), 미국 2천만원(40배), 일본도1천4백만원(28배)의 보상을 받는다. 평균 77대1의 격차.
더구나 가해자 미상인 이른바 뺑소니 차량 사고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전무하다. 지난번 시인 김수영씨의 윤화 사건에서 예를 볼 수 있듯이 뺑소니 사고의 경우 피해자측의 애절한 사연만 메아리칠 뿐 한푼의 보상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
지난 73년 교통사고 6만1천건 중 1만3백건이 뺑소니 사고였다. 이중 6백72건은 끝내 검거되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정부 보장 사업으로 보험 회사들이 책임 공제 조합은 구성, 부과금 제도를 통해 도주 사고의 피해자를 구제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결국 경제 여건 내지 사회 보장 수준과 함수 관계를 갖는 것이라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 환경이 얼마나 조악한가, 인명이 얼마나 헐값으로 파악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작년 한해 9월말까지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수는 총7만건에 1천9백여명이 사망하고 5만7천명이 부상,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고 『인명 제값 받기』를 위해서 ①책임 보험 액수의 대폭인상, 현실화 ②자동차 정비, 검사 업무의 정밀화 ③뺑소니 피해자에 대한 구제보장의 제도화 등이 시급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지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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