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혁신 도정」의 좌초|미 농부 동경 도지사 3선 출마 포기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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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정계와 동경 도민에게 큰 충격을 준「미노베·료오끼찌」동경 도지사의 3선 출마 포기 선언은 혁신 진영의 불협화음의 노정으로 보수 자민당의 반격을 허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일본 정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미노베」지사는 출마 포기의 이유로 이른바「동화행정」을 둘러싸고 자기의 지지세력인 사회당과 공산당이 이해 상위으로 대립, 통일기반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의「동화 행정」이란 전통적으로 일본 사회에 뿌리 깊은 신분 계급에서 천민이라 할 수 있는 소위 부락을 신자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이들에 대한 복지행정.
「미노베」지사는 이러한「동화행정」을 추진하는데 있어 사회당과 제휴한「부락해방 동맹」에 의존해 봤는데 이에 대해 공산당이 반발, 오는 4월의 지사 선거에서「미노베」에 대한 지지를 보류한데서 사회당과 공산당이 격돌하게 된 것이다.
부락민의 세력 장악을 둘러싼 사회·공산당간의 알력은 지금까지 사회와의 표밭이 돼 온 부락민의 기반을 공산당이 잠식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일종의 세력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미노베」지사의 불출마선언은 표면적으로는 이와 같은「동화행정」을 둘러싼 사회·공산당간의 분규가 계기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도정을 둘러싼 재정 파탄과 학자 출신의「미노베」가 혁신 정치인의 당리당략에 환멸을 느꼈다는 점도 깊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경부 재정의 파탄 문제는「미노베」지사 뿐만 아니라 다른 혁신계 자치장에게 공통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민당의 고도성장 노선을 비판, 안정 노선을 주장한「미노베」지사가 도민의 복지 향상과 난민의 구제조치에 힘쓰다가 예산의 적자로 재정 위기를 당했다는 것은「아이러니컬」한 것이다.
한편「미노베」지사의 3선 출마 포기의 배경에는 자민당이 내세운 강력한 후보「이시하라·신다로」현 의원의 등장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8년간 수도권을「미노베」에게 빼앗긴 자민당은 그 동안 수도권 탈환에 부심해 왔는데「태양의 계절」이라는 소설로 일본 청년들에게 우상처럼 되었고 그 인기의 여파로 전국 최고 득표로 참의원에 당선, 이어 중의원에 당선된「이시하라」의원이 유일한 적임자로 보고 출마를 권유, 마침내 승낙을 얻어낸 참이다. 따라서 자민당은「미노베」지사의 불출마에 따른 야당 진영의 자중 지란으로 동경 도지사 탈환 작전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노베」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번의 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본인 자신은 자신의「정치력 결여」를 통감해, 다시 학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히고 있어 그의 불출마 결심은 확고한 듯 하다.
「미노베」지사는 평소 일본에서「파시즘」이 재 대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공산당의 지지가 없는 사회당 후보로서는 도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최근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던 자민당이「미끼」체제의 등장과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칠연승 하는 등 복조 기운에 있는 때라 야당 진영의 자중지란은 앞으로 일본 정치의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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