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측면서 본 석방조치|한승헌<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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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자들에 대한 이번의 석방조치는 양극적 대결로 치닫는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전기일 것이다.
그러나 법치의 대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조치에는 법률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이번의 석방절차는 ①형이 확정된 자는 형 집행정지로 ②재판계류 중인 자는 관할법원의「독자적」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형 집행정지에 관하여 보건대 그 결정의 법정사유 중 군법 회의법 제505조 제1항 제7호의「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로 유추해 보는 수밖에 없다.
무릇 형 집행정지의 사유가 개별성과 구체성을 충족시켜야 함은 사후에 있을지 모르는 형 집행정지의 취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형의 집행정지는 형 집행의 면제와는 달리 정지사유가 소멸되면 그 취소가 예상되는 것이므로 당초의 정지사유가 불확실·모호하면 그 소멸 즉 취소사유도 모호하게 되어 언제 재 수감될지 모르는 불안한 석방이 되고 만다고 형 집행정지로 출감한 사람들이 앞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게됨은 법적으로도 쉽사리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형의 고의 효력은 의연히 살아 있는 터이므로 수형 인명부나 지문「카드」등 공무상에 유죄 확정자로 남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도 공무담임권·참정권 등에 제한을 받으며 그밖에 법에 의한 장애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지의 경찰은 형 집행정지 사유의 존재 여부를「관찰」하게 되어 있으며 나아가 거주지의 이전, 30일 이상의 거주지 이탈 등을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형 집행정지 관찰 규정).
다음은 재판계류 중 구속 집행정지의 경우다.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구속집행 정지 사항을 정부 방침으로 좌우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때문에 삼권 분립 면에서 우려할 만한 선례가 될까 두렵다.
또 구속 집행정지는 공소상태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에 석방자에 대해 재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형이 확정되기 전에도 재 구속될 수 있고 유죄의 최종 판결이 있을 경우엔 형 집행정지 결정이 다시 있어야 수감을 면하기 때문에 형 확정자에 비해 이중의 불안을 갖는 셈이다.
「참여의 기회」(대통령 담화)를 위해 이번 석방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에 그 정신을 감안하면 형 미확정자에 대한 공판 처리에도 상당한 난점이 있어·공판 재개가 늦추어지거나 집행 유예 판결 같은 것도 예상되나 법 형평의 원칙을 고려할 때 그 또한 어려운 얘기다.
결국 법적 난점과 석방자의 진정한「참여」를 위해서라면 조속한 시일 안에 진일보된 조처가 기대되는데 그 방법은 사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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