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어선 나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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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일에 4.9t짜리 우리어선 해룡호가 대마도 근해의 일본측 전관 수역에서 일본의 해상보안청에 의해 나포되어 선체는 압수, 선장이 구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장은 미결재판에 회부되어 일대 1만「엥」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65년에 한·일 협정이 체결된 후 처음 있은 우리 어선의 나포사건인 만큼 이 사건은 지대한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해룡호가 일본측 전관 수역에 들어가게 된 원인은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문제의 해역이 대마도 근해인 만큼, 우리 측 전관 수역 및 공동규제 수역의 폭이 가장 좁은 곳이므로 계측기구가 없는 해룡호와 같은 작은 배가 부지부식간에 일본측 전관 수역에서 어로 작업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또 어민들의 말대로 우리 연안에는 고기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소형 선박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원거리까지 출어하게 되는 딱한 사정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배 한 척이 처음으로 그들의 전관수역에 들어갔다고 해서 일본이 이 기회를 놓칠세라 그대로 압수하고 구속하는 행동을 취한 속셈을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얼마든지 회수하고 주의를 줄 수도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모든 사물은 상대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며, 두 나라 사이의 관계도 대응적인 성질을 띠는 것이다. 일본측 어선은 수없이 우리 전관수역을 침범하고 있으나 우리측은 그 회수조차 헤아릴 수 없는 실정에 있다. 그들의 어선의 성능이 우수하여 속력이 늦은 우리 경비정이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침범 어선을 나포했다고 해도 과연 그대로 어선을 압수하고 선장을 구속해 버렸을까. 우리는 그와 같은 옹졸한 행동은 결코 취하지 않았으리라.
그 이유는 지난날들의 실정이 이를 말해 준다. 평화선이 선포된 1952년부터 한·일 협정이 맺어진 1965년까지의 사이에 우리 수역을 침범한 일본 어선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나, 실제로 나포된 것은 자작 1백69척에 지나지 않았다. 또 우리측에 의하여 억류된 선원의 효는 소수에 불과하였고 한 때는 억류중인 일본 선원 14명을 소원 석방하여 우리의 호의를 표시한 일도 있었다.
일본측이 이번에 보잘것없는 작은 배를 잡아 물실호기 인양 조급하게 징계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 측도 같은 강경책을 써 보라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있는 힘을 다 기울여서 우수한 경비정을 단시일 내에 갖추어서 대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진의가 양국 관계를 사소한 문제로 말미암아 긴장시키려는데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고하는데 그들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번의 일본측 처사는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과 5t미만의 고깃배가 불법 어로를 했다 한들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겠는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한·일 영국사이의 해상 평화를 유지할 성의가 있다면 일본은 그들의 대형 쾌속어선이 한국 측 전관수역에 넘어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데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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