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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성공하려면 … 요우커 겨울왕국으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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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스포츠 한류와 결합해 강원도 평창군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동남아 관광객의 ‘겨울왕국’으로 만들자.”

 소치 겨울올림픽이 끝나면서 이런 제언이 나오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지금부터 일찌감치 올림픽 후 시설 활용도를 높일 방안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준비에만 11조879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행사다. 대부분은 경기장과 도로 같은 인프라를 짓는 비용이다. 54조원을 들인 소치보다 적다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그러나 경기장 등이 올림픽 후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11조원의 상당부분이 묻히는 셈이 된다.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이 그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나가노는 거의 30조원을 쏟아부어 경기장과 주변 인프라를 지었으나 올림픽 후엔 거의 찾지 않는 시설이 됐다. 나가노는 대회 후 10조원 가까운 빚을 졌다. 시설 유지에만 한 해 수백억원을 들이고 있다.

 평창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2018년 대회가 끝난 뒤 내국인 관광객에만 기대서는 유지비조차 뽑지 못할 공산이 크다. “요우커를 비롯해 눈 구경을 못하는 동남아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강원발전연구원 이영주 연구위원은 “중국·일본·동남아에서의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비롯됐다”며 “K팝 같은 문화에 이상화·김연아 선수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결합하면 겨울에 한국을 찾아 외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겨울 한류’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짐은 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리조트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월 8004명에서 올해 1월에는 1만5980명으로 두 배가 됐다. 대부분 중국 남부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열대·열대 지역 관광객들이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음식을 요리하는 원숭이’라는 아이디(ID)의 인물이 “스키장 시설과 눈의 질이 좋아 진짜 알프스에 온 느낌”이란 방문 후기를 올려놨다.

 강원도와 정부도 평창을 ‘겨울 한류의 메카’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13~25일 아시아의 베트남·나이지리아·파라과이·파푸아뉴기니 등 39개국 청소년과 장애인 160명을 초청해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 스키·스케이트 등을 가르치는 ‘2014 드림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약속했던 행사이기도 하지만, 눈이 없는 나라에 평창을 겨울스포츠 훈련지이자 관광지로 알린다는 목적 역시 포함하고 있다.

 경희대 서원석(관광학부) 교수는 “알펜시아리조트 안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확장해 복합 리조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스키를 타지 않는 관광객이나 카지노를 즐기는 요우커를 사시사철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알펜시아리조트 내부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수용 인원이 150명에 불과하다.

이찬호·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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