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남작·백작 등 귀족이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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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작·백작·공작…「프랑스」제5공화국에 아직도 버젓이 귀족들이 존재해 왔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지스카르」대통령이 귀족들에게 초대장을 보낼 때 귀족호칭을 완전히 빼고 「리셉션」등 공식행사대로 「…남작」 등의 소개말 대신에 단순히 이름만 불러 귀족의 칭호를 삭제하도록 결정함으로써 보수파들을 놀라게 했다. 「드골」 「퐁피두」 때도 지켜졌던 이 관례가 깨어진데 대해 좌파에서는 『작년 대통령선거 때 귀족출신 이라고 「미테랑」의 공격을 받은바 있는 「지스카르」가 명실공히 「국민의 대통령」이란 새로운 「이미지」를 심으려는 인기전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봉건시대의 부끄러운 유물이 민주주의의 오늘까지 행세해 온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며 그것도 지금 귀족행세를 하는 축들은 귀족이라는 어떤 증거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하지만 「부르좌」들, 특히 지방의 대지주들은 환상적일 만큼 귀족지위 달기를 좋아하며 명함에 남작이다, 자작이다를 밝히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했다.
「지스카르」 자신이 이 칭호를 삭제하기로 결정을 한 것은 상당히 과격한 조치들 중의 하나(그는 이미 낙태법을 통과, 시행하고 있으며 이혼법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선거연령도 21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로 평가받는 것도 사실이다. 진보파나 중도파신문들은 그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뜻인지 모두 묵살했으며 보수계 신문들만이 「윤리·도덕의 결핍」에 의한 조치로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오히려 비판하고 있다. 「엘리제」궁의 이 같은 조치가 「프랑스」의 모든 관공서에 확대, 시행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봉건시대의 착취의 상징인 이 칭호의 삭제는 만시지기이라는 축들이 더 많다. 『만일 1989년에 사회계급으로서의 귀족이 권리와 특권을 모두 포기하고 사라졌다고 한다면 그들의 의무마저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진정한 귀족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 속에 간직한 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선조의 칭호를 사용하도록 존대한다는 사실은 1백년은 더 교훈으로 남게될 것』이라고 불 귀족협회사무국장 「튀르크아임」남작이 설명, 대혁명 후 2백년만에 「지스카르」는 귀족의 형식을 「프랑스」땅에서 없애는데 성공할 것 같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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