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IMF의『75년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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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지난해 12월24일 IMF(국제통화기금)이사회에 제출된 비공개 보고서『세계경제의 전망-개관』을 요약한 것이다. 이보고서는 조심스럽게「75년 하반기 경기 회복설」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은 낙관론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이 기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편집자주>
74년 말 현재의 세계 경제 특징은 만성적인「인플레」와 성장세의 둔화, 그리고 대규모의 국제수지불균형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상황은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를 2차대전 이래 최대의 난경에 처하게 했다.
우선 생산 면에서 보면 74년 상반기 중 선진공업국의 실질GNP는「마이너스」1%(연율)의 뒷걸음질을 보였다. 이것은 60년대의 평균 성장률인 4.5∼5%나 73년도의 8%성장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전개였다.
반면「인플레」는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한층 맹렬해져서 공업선진국의 평균 GNP「디플레이터」가 13%에 달했다.

<물가상승율 10%로 하락>
60년대의 평균치가 2.5%였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이것 역시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이었다. 한데 문제는 이와 같은 사태전개가 74년 하반기나 75년 상반기에도 여전히 계속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그러나 본「스태프」진은 전체적으로 볼 때 공업 선진국의 GNP가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인플레」도 다소간 완화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75년 하반기에는 연율 3%의 성장률을 시현하고 물가상승률도 연 12%에서 10%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진단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75년 하반기 내지 76년에 접어들 무렵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부터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활기를 띠어 명백한「회복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나라는 73∼75년 사이에 잠재적 생산능력을 많이 유휴화 했던 미국·서독·일본이 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0%선에 머무를 것이나 이처럼 높은「인플레」속에서 경기회복을 한다는 것은 선진국들이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이와 같은 고율의「인플레」로 인해 경제정책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것이므로「인플레」진압 노력은 끈질기게 계속될 것이다.
74년5월에 본 기구가 작성한 경제전망보고서는 경제성장률이나「인플레」예측에 있어서 너무「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본 보고서의 예측 역시 비슷한 과오를 범하지 않을까 의심하리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거시적인 경제예측에는 언제나 어떤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며 특히 현재와 같은 미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서 우리「스태프」진은 이 보고서가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범할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할 만한 근거는 갖 고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한마디로「인플레」라고 표현하는 경제현실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 공업국·개발도상국·자원수출국 등으로 분류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개발도상국의 소비자가격은 72년 12%, 73년 27%, 74년6월까지는 연율 42%의 상승세를 보여 별표에 실은 선진국의 물가상승률과는 질을 달리한다.

<개도국 수출증가율 둔하>
단적인 예로 비산유개도국들의 수출증가율은 72, 73년에 연속11%(물량기준)를 보였으나 74, 75년에는 3%증가에 그쳐 석유 수출국은 물론 자원이 많은 개발도상국과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보고서는 이와 같은 요인을 최대한으로 참작하고 활용해서 상기한 결론에 도달했음을 부언해 둔다.
지난번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각국 정부는 경제정책수립에 있어서 이율배반의 입장에 서 있다. 「인플레」의 불길을 잡자면 실업증가 등 불황의 심화를 각오해야 하고 경기회복책을 추진하면「인플레」가 또 다른 파멸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본보고서는 당시 세계경제의 침체가 이미 불가피한 이상「인플레」수습이 당면한 급선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실업이나 생산감소를 무한정 허용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경기회복책을 쓸 경우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시차를 면밀히 계산해서 양면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도리밖에 없는 셈이다.
공업 선진국의 경우「인플레」진압 우선 정책에서 경기대책으로 이행해 가는 시기가 대충 75년 1·4분기중이라고 판단된다.
말하자면 별표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은 이와 같은 전제 아래 작성된 것이며 만약 이들의 경기대책 실행 시기가 이보다 늦어진다면 그만큼의 시차가 생길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동태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서독·일본 3대국이므로 이들 3개국의 단기전망을 첨부하기로 한다.
▲3개국의 73, 74년도 실질GNP성장률을 6개월 단위로 나눌 경우「마이너스」성장이 넷, 1%미만이 두개씩이나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75년 하반기께나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일, 하반기에 7.1%성장>
▲미국은 75년 상반기에도 여전히「마이너스」성장을 계속 하지만 일본은 74년 하반기의 0.2%에서 일거에 3.0%로 오르고, 다시 하반기에는 7.1%의 높은 수준을 회복한다.
그러나 75년 하반기에 겨우 상승세를 잡은 미국·서독은 물론 완전히 회복단계에 들어간 일본도 생산능력에 비하면 상당한「갭」이 남아 있다.
나머지 11개국의 경제동향은 미·일·서독의 진행방향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74년 중 이들의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지난번에 본 기구가 예측한 2.1%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미·일·서독은 자신의 국내정책이 다른 공업선진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 대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전에 공동토론과 협의를 벌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스태프」진이 미 정부관리들과 경제전망에 관한 협의를 가졌을 때 그들은 75년 하반기부터 다소나마 성장률이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그 동안 가구 증가율에도 훨씬 못 미쳤던 주택건설사업이 저금리 정책의 실행과 더불어 크게 늘어나고 최근 판매부진으로 고전하던 자동차산업도 75년 중에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정긴축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정책을 통한 통화의 적정공급만 보장한다면 수요창조 및 생산증가가 가능하다는 견해이다.
미 정부관리들은 시기와 폭은 불확실하지만 물가상승률도 앞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이 매우 심화되었으므로 수요부족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기대된다는 주장인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입증될는지는 의문이다.
미 의회는 아직도 재정부문의 지출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관리들도 금리인하가「인플레」를 재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일본은 73, 74년에 걸쳐 공업국 가운데 가장 혹심한「인플레」를 겪었다. 74년 상반기에는 연율30%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거기다가 방대한 원유적자 때문에 국제수지 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와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재정·금융긴축정책을 실시, 성장률을 73년의 10.5%에서 74년에는 3%까지 내리는 희생을 감수했다.
그러나 75년 상반기부터는 이미 회복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관리들도 75년도 실질성장률을 4∼5%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와 같은 경기회복은 금융이나 재정의 완화 없이 이뤄진다는데 큰 특색이 있다.
정부에서는 기업가들이 심각한 불황국면에도 불구하고 장기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만약 금리를 인하하면 폭발적인 자금수요가 일어나서「인플레」를 인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75년 춘투까지는 여신정책의 완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74년말께부터 이미 비공식적으로 금융창구를 넓히고 있으며 이것은 사실상의 금융완화를 의미한다.
한편 서독은「오일·쇼크」가 불황으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3년 12윌부터 정부지출을 늘려 왔다.
그러나 이것은 금융부문의 긴축으로「인플레」요인이 되지는 못했으며 이와 같은 이중「패턴」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정부관리들은 73년 중엽이래 서독의 국내 소비지출이 줄어들었다고 지적, 만약 수출수요의 이례적인 급증이 없었던들 실질GNP가「마이너스」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급격한 수출증대에도 불구하고 서독의 경제불황은 계속 심화되어 실업률이 10년래 최고수준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조만간에 적극적인 경기 대책을 펼 것이라고 말한다.

<인플레 하향세와 병행 회복>
서독은 73년 상반기에 연율8.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0.4%로 급락했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확대와 수출증대에 힘입어 74년 상반기에는 연율2.0%까지 회복했다가 하반기에 들면서 다시「마이너스」1%로 반락한 것이다.
하지만 서독 정부가 이미 적극적인 불황대책을 결의했으므로 75년 상반기에는 2.6%, 하반기에는 4.7% 점도의 실질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75년도 미·일·서독의 연간 GNP실질성장률은 6개월 단위로 분석한다면「마이너스」가 하나, 3%이상이 셋, 1∼2%가 각각 1개씩이 되는 셈이다.
이 정도의 상승세를 보인다면 다른 공업선진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새로운 활력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경기회복은「인플레」의 하향세와 병행해서 실현될 전망이다. 즉 3개국의 물가상승률을 6개월 단위로 나눌 경우, 모두 내림세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 그 폭도 8%이하가 셋, 10%이상이 셋으로 74년도의 상황과는 판이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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