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간통사건이 세인의 입담에 오르내린 일이 잦다. 어떤 경우는 빈축을 샀지만, 또 어떤 경우는 도리어 깊은 동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똑같은 간통이라도 이처럼 반응이 미묘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배우자가 있는 자로서 자기배우자이외의 자와 행하는 간음행위를 간통이라고 한다. 우리사회는 그것을 엄연한 범죄로 규정(형법 241조), 쌍방을 모두, 처벌한다.
그러나 간통은 좀「델리키트」한 분위기가 있다.
강간과는 달리, 남녀상호와 합의가 없으면 간통행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밀통 과도 구별되는 것은 행위의 당사자가 유 배우자인 점이다.
간통이 사회의 빈축을 받는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이미 결혼선??를 한 자가 그 배우자를 배반하는 행위는 비록 당사자의 합의에 따른 것일 지라도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더구나 유교적인 가치관념이 지배하는 우리사회에서 그것은 발뺌할 여지가 없다.
우리의 구형 법(1948년 제정)은 그런 맥락이 그대로 반영되어 부보다는 처 쪽을 더욱 무겁게 다스렸다. 이것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남자중심으로 진전되어온 관습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헌법은 남녀평등과 부부동권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
결국 신 형법(1952년 개정)은 간통을 한 쌍방을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물론 이경우도 친 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간통이 친고죄에 의존한 것은 그 간통당사자의 합의적 행위를 의식한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아직도 간통죄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간통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혼이 전제되어야하는 한계가 있다. 이혼을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바로 이런 한계는 역으로 법을 악용할 소지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이와 같은 맹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나 영국·「우루과이」같은 나라의 형법엔 이미 그런 죄목이 없다. 소련까지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나「이탈리아」·「아르헨티나」와 같이 종교의 색채가 짙은 나라는 우리의 구형법과 같은 처벌규정을 갖고 있다. 부 편보다는 처 편을 더 가혹하게 처벌한다. 그러나 「카톨릭」국인「이탈리아」마저도 최근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청교도의 나라답게 간통죄가 일반화해 있다. 최고 21년형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5년 이상의 형을 부과한 판례는 없으며 5년 이하도 그 예는 아주 드물다.
쌍벌주의의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스위스」·독일정도다.
그러나 오늘날 간통은 그 행위자체보다는 이혼을 위한 도구로서, 혹은 타인의 사생활을 폭로함으로써 얻어지는 부산물을 위한 핑계로 악용되는 예도 적지 않다.「미운 죄」보다는 「미운 사람」을 위한 법이라면 벌써 도덕적인 설득력이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