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기록적인 국방비와 군원 예산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럴드·포드」미 대통령은 3일 3천4백94억「달러」의 76회계연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 그 중에서 9백40억「달러」에 이르는 기록적인 국방예산과 58억「달러」의 대외 경·군원 예산을 요구했다.
국방 및 대외 군원 예산은 대통령의 요구액 자체가 주목된다기보다는 국회가 이 요구액 중 얼마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느냐가 문제이다.
지난 몇 해 동안에 걸쳐 국회가 심의 확정한 국방예산을 보면 73회계연도에 8백34억「달러」, 74회계연도에 8백58억「달러」, 75회계연도의 경우는 정부원안에서 무려 40억「달러」가 삭감된 8백25억「달러」로 확정된바있다.
또 대외 군원 예산에 있어서도 최근 수년래 해마다 정부원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을 통례로 삼아, 이로써 특히 대한 군원은 큰 타격을 받아왔다. 행정부 측에서는 73회계연도이래 매년 약2억4천만「달러」의 대한 군원을 요구해 왔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미 국회가 승인한 것은 결국 1억5천만「달러」선에 머물렀던 것이다. 가장 가까운 현행 75회계 년도의 대한 군원의 경우, 전례없는 조건까지 붙여 1억4천5백만「달러」는 조건 없이 제공하되 『「포드」대통령이 한국에서 정치적 탄압이 없다고 판단할 때는 2천만「달러」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도록』가결한 일까지 있었다.
따라서 「포드」대통령이 3천4백94억「달러」의 76회계연도 예산요구 중 기록적인 9백40억「달러」의 국방비와 68억「달러」의 대외 군·경 원조예산을 요구했지만 미 국회에서 그것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분명한 것은 「포드」미대통령이 유례없는 국방비와 대외 군원을 요구한 것은 그대로 최근의 국제정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포드」대통령은 국방비증가의 요인으로서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재래식 군사력과 폭격기 및 전략 「미사일」의 유지개량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한「유엔」군의 계속유지와 아주 맹방들에 대한 군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같은 국방비의 증가는 작년11월 「블라디보스토크」미·소 정상회담에서 전략무기제한에 관한 공동 성명이었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국방예산이 표면상이나마 삭감(75년도 소련의 국방비는 74년 비2억5천만「루불」삭감 1백74억「루불」)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미국이 직면한 경제불황 등과 대조가 될지 모른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미 행정부가 국방비를 증액하려는 이유는 군사 면에서의 대소우위의 확보뿐만 아니라, 「힘」「동맹국제휴」「협상」등 3대요소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적 미국전략을 재확인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최근 중동사태를 비롯하여 월남·「크메르」등 인지사태는 다시금 일촉즉발의 불안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군사 면에서 약세를 보인다면 자유세계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미행정부의 의지나 정책에 대해서 미 국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는 전세계의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원 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물론 미행정부의 정책이 관철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포드」외교와 미국의 국방정책에 대한 시련이 될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