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먹으면 속 쓰리고 내성 걱정된다? 약마다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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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왕인 제우스도 두손두발 들게 한 ‘이것’. 바로 극심한 두통이다. 견디다 못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달라고 부탁한다. 고대 수메르·이집트 문헌에는 통증을 멈추기 위해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탓이다.

통증과 싸워온 인간의 역사는 지금의 진통제를 발전시켰다. 이제는 손쉽게 진통제를 구입해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잘못된 진통제 선택은 자칫 병을 악화시킨다. 겨울철은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근육이 긴장하는 근육통으로 진통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 흔히 올라오는 궁금증을 중심으로 똑똑한 진통제 선택법을 Q&A로 짚어본다.

Q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더 쓰리다. 위장이 약하면 진통제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던데.(45·김부장)

A 잘못된 속설이다. 위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진통제는 열을 내리는 해열진통제와 염증을 억제하는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진통제를 먹고 속이 쓰린 경험이 있다면 소염진통제를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염진통제 속 이부프로펜 같은 성분은 체내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뇌에 통증정보를 전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차단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염증·통증은 억제되지만 위벽 보호층이 얇아져 위점막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높다. 근육염·치은염 등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평소 위장·신장이 좋지 않다면 의·약사와 반드시 상의한다. 소염진통제는 공복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해야 위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염작용이 필요없는 통증이나, 통증 없이 열만 있다면 위장에 영향을 주지않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권한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므로 공복에도 복용할 수 있다.

사진 김수정 기자

Q 임산부라서 고열·통증이 있어도 약을 먹기가 부담된다. 아파도 참는 게 좋을까.(32·엄마야)

A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는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통증을 참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특히 임신 중 고열(38.9℃ 이상)은 태아의 심장기형이나 신경계 손상과 관련이 있다. 임산부에게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해열진통제(타이레놀 등)를 권장한다. 임산부나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해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를 비롯해 미국·호주 등에서도 임산부가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 인정받았다. 단, 가능한 짧은 기간 권장량을 복용하고, 약 외에 다른 조치를 받을 필요는 없는지 의·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Q 근육통으로 하루종일 예민하다. 약을 매시간 챙겨 먹는 방법 밖에는 없나.(26·허리가)

A 근육통·관절통·요통처럼 지속적인 통증에는 약이 천천히 녹는 제형을 복용한다. 이를 서방정(성분이 서서히 방출)이라 한다. 서방정은 보통 8시간 약효가 지속된다. 하루 3회 복용 시 24시간 진통 효과를 볼수 있다. 이런 약은 쪼개거나 씹어 먹으면 약 외벽이 망가지면서 약효가 나오는 속도가 조절이 안 된다. 잘라서 반만 먹게 되면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 물과 함께 제형 그대로 복용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서방정은 ER(Extended released, 타이레놀ER 등)이란 명칭이 붙어 있다.

Q 감기 때문에 두통이 심하다. 감기약과 진통제를 같이 먹어도 문제없나.(17·나열)

A 감기약과 진통제는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대부분의 감기약에는 진통 성분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여러 약을 함께 먹으면 필요 이상의 약효를 복용할 우려가 있다. 기침·코막힘·발열·몸살 등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종합감기약 한 가지만 먹는다. 종합감기약은 일반적으로 식후 30분 후에 복용한다. 대표적으로 타이레놀 콜드-에스 등이 있다.

Q 진통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까봐 걱정된다.(51·고민중)

A 카페인 없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진통제 보조성분인 카페인은 한알 당 약 50㎎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카페인 1일 복용 허용치를 170~200㎎으로 규정한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머리를 맑게 하는 각성효과가 있다. 또 카페인이 진통성분의 흡수를 도와 진통효과를 빠르게 나타나게 한다. 그러나 중독성이 있어 진통제를 끊으면 다시 두통으로 이어져 만성두통의 요인이 된다.

도움말:이화여대 약학대학 이병구 교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조연경 교수.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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