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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전문가 「얼·레브널」씨가 펼쳐본 「시나리오」|미군이 중동에 상륙한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작년12월23일 「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이 「비즈니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랍」산유국들이 만일 서구 공업국가들을 「교살」할 경우 미국이 무력개입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그동안 여러 곳에서 흘러나온 무력 개입설은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선진산업제국이 「아랍」유전을 접수하든지 산유국으로 하여금 강제로 유가를 인하시키거나 충분히 공급하도록 하든지 간에 무력개입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73년 4차 중동전과 「아랍」의 단유 조치가 있기 전부터 시작, 지난 2년간 석유경제학자 「아델란」등에 의해 간간이 제기됐다. 다음은 미 국방성 관리를 지냈고 현재 「존즈·홉킨즈」대학강사인 「얼·레브널」씨가 석유 전쟁과 관련하여 선진 산업제국들이 중간에 무력 개입할 경우의 가상기를 「뉴·러퍼블릭」지에 기고한 것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미국이 산유국에 무력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아랍」세계를 경악케 했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는 무력개입이 있을 경우 유전을 폭파하겠다고 응수한바 있다.
결정적인 군사행동을 하라는 요구가 거듭되면 상승 효과를 갖게되어 무력개입의 방안이 공공연하게 운위되고 나아가 여론을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여 결국 그같은 선택을 합리화하게 되는 법이다.

<「골란」고원 눈 녹으연 공격>
미군 지휘부애서 13개 기존 사단에 추가해서 3개 사단의 중동 원정군을 창설했다는 보도는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함참 본부가 도상연습 이상의 어떤 결정을 내렸음이 분명하다고 생각케 한 것이다.
미군이 만약 산유국 1, 2개를 점령함과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시작될 경우 전면 전쟁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ㅕ 그 결과 ①도발행위 ②미군의 「합법적」인 추가출동 ③또는 위장개입 ④우방군의 증원 등의 사태가 잇따를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군이 1956년 「수에즈」에 상륙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순서의 사태 발전이 따랐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봄이나 초여름이 되어 「골란」고원에서 눈이 녹아내리고 「이집트」가 소련의 무기 보충 공급으로 충분한 장비를 갖추게 된다.
이때 「제네바」의 평화회담에서는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의 유전은 물론 「기디」나 「미트러」통로와 간은 전략 요충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시리아」에 대한 체면 유지 정도의 점령지 반환조차 거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이에 바따라 국경일대에는 「아랍·게릴라」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스라엘」은 이얘 대해 반격의 태세를 갖춘다.
전쟁이 시작되면 「이스라엘」군은 「시리아」군을 분쇄하거나 「요르단」의 공격을 견제하면서 「이집트」군을 「시나이」지역 회랑애 묶어두는 등 2∼3개 소 전선을 안정시킨 뒤 기습적인 「게릴라」공격을 가하여 「쿠웨이트」나 「걸프」만의 인구가 적은 산유국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이때를 즈음하여 미국은 실질상 군진주나 다름없는 것을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목으로 형식적인 국제기구의 이름을 빌어 「이스라엘」군에 대체하여 군대를 배치한다.
이와 병행해서 미국은 1973년 10월 전세계적으로 내렸던 핵비상령과 같은 것을 되풀이하여 소련에 대해 경고를 발해 소련의 개입을 억제하려 할 것이다.

<석유는 개도국부터 제공>
이때부터 「시나리오」는 점입가경이다. 침공이나 「사보타지」로 비롯된 폐허는 재빨리 복구하고 침공 목표가 아니었던 다른 산유국들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추라는 경고를 발하고 필요에 때마다 석유의 과잉 공급이나 거듭되는 침공으로 가격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유류는 처음에는 유류 비축이나 자금이 빈곤한 국가에 저렴한 시장가격으로 공급하여 군사 작전을 합리화하게 된다. 다음 당계에서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조치를 툴툴대면서도 유류를 필요로 하는 공업 국가들도 몫이 돌아가게 된다.
그러고 난 뒤 미국의 수요량도 확보되고 재정 구조도 무한정 안정되리라는 것은 있음직한 일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어떠한가?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군사적인 실현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잭·앤더슨」은 미 국가 안보회의와 국무성이 마련한 『극비군사 보고서』를 인용, 「페르샤」만 유전을 점령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앤더슨」은 그 이유로 『협소한 「호르므즈」만에서 유조선을 폭파하는 「사보타지」활동이 가능하며 「호르므즈」만은 수심이 얕기 때문에 소련이나 그밖의 나라들이 기뢰를 부설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고 미국이 산유국을 점령해도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동맹, 예컨대 「나토」 가입국들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반드시 협조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이 군사개입을 할 가능성이 잇다는 점이다.
소련이 군사개입을 할 경우 다음 몇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상륙부대와 해안사이에 군대를 견제 개입시킬 수 있다.
또는 「이라크」를 점령하여 「쿠웨이트」국경에 압력을 가하거나 「페르샤」만에 기뢰를 부설한다든지 「호르므즈」만을 봉쇄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비관적인 진단에도 불구하고 군사신봉자들은 미군이 「아랍」의 유전을 점령할 수 있고, 탱커의 「사보타지」는 봉쇄할 수 있으며 기뢰는 제거할 수 있다고 호언하며 무엇보다도 소련이 개입하기를 꺼린다고 역설하였다.

<「나토」회원단 협조도 의문>
그러나 군사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개입은 필연적으로 핵 대결로 발전할 수 있는 연쇄작용의 가능성을 부수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비록 군사개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 뒤에는 일련의 부담과 모험과 외교적 책무가 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정치적으로 괘씸한 무례에 대한 압력이나 보복을 삼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응 금수조치나 외교단결·해외자산에 대한 조치와 파병을 한다든지 다른 주권국을 점령한다든지 그리고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조치를 분별할 줄 아는 금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개입에 있어서의 가장 심한 피해는 국제법의 구조나 우리의 도덕적 상식관에 보이지 않게 금이 가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닉슨」의 「하이퐁」 공격에 분개하고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많이 『중동에 대한 외과 수술적이고 단호한 개입 쪽으로 천연스럽게 기울고 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신문들과 같이 세계 인구의 6%에 불과한 미국이 세계자원의 55%를 소비해온데 대하 죄책을 느낀다』는 소리를 잡지에 썼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입장을 정 반대로 바꾸어 국제적인 무장강도 행위를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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