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열정·나눔·창조정신이 ‘매력 대한민국’ 자산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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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1일 세종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1일 세종대에서 명예 공공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 회장은 학위 수여식 연설을 통해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에게 ‘세종의 업적과 삶을 통해 열정을 다하는 삶, 더불어 나누는 마음가짐, 창조적 융합의 사고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연설문 요지.

지금으로부터 570년 전, 세종대왕은 소수의 학자들과 함께 등잔불에 밤을 새우며 Top secret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체계인 한글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함으로써 여성들도 시와 소설을 쓰게 되었고, 노비들도 글을 깨쳐 자신들의 억울함을 많이 벗을 수 있었습니다. 또 그 덕에 우리는 오늘날 영어나 한자로는 불가능한, 단 12개의 휴대폰 버튼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종은 이렇게 한글을 창제하고 예술과 과학을 장려함으로써 태평성대를 이룩하였습니다. 세종의 삶과 업적에서 우리는 많은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중에 세 가지만 추려보자면, 세종은 첫째로 열정을 다한 삶을 사셨고, 둘째 더불어 나누며 함께하는 사회를 추구하셨으며, 셋째 창조적 융합의 방법으로 이를 실천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열정을 다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요? 필 나이트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달리기 선수였는데 성적은 늘 중간이었고, 졸업 후에도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달리기에서 얻은 체험과 신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500달러의 자본금으로 창업을 합니다. 허름한 매장을 열고, 소형트럭을 몰고 신발을 팔러 다녔습니다. 당시 최대의 운동화 메이커였던 아디다스의 판매사원들은 그를 비웃었습니다. 그는 창업 첫해에 겨우 1300켤레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1980년, 그는 드디어 아디다스를 제치고 미국 내 신발 판매 1위를 차지합니다. 1993년에는 1억 켤레를 돌파합니다. 바로 나이키의 스토리입니다.

열정을 다하는 삶이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언가에 미치도록 뜨겁게 몰입하는 것입니다. 나이트는 자신의 인생을 신발에 걸었지만, 여러분은 다른 것에 걸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만화나 소설, 게임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노래나 춤, 전기회로 설계도나 멋진 자동차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가정의 행복이나 세계 평화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 중에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세종 역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당시 고급 한자에 길들여진 수많은 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창제 프로젝트에 성공한 것은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열정적인 삶은 주도적인 삶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거기에 미치도록 열정을 쏟으면 놀랍게도 성과가 자연히 따라옵니다. 설사 가시적인 성과가 빠른 시일 내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희열은 인생의 중요한 가치이자 진정한 성취일 것입니다.

세종으로부터 배워야 할 두 번째 인생의 지혜는 더불어 나누며 함께하는 삶을 추구한 마음가짐입니다.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입니다. 세종은 만백성들이 다 함께 잘사는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그 방법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위와 아래, 음과 양,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젊음과 경륜을 포용하고, 통합하고, 융합하는 방식입니다. 인재관리가 대표적입니다. 작은 재능이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장점을 포용하면서도 혹독하게 훈련함으로써,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습니다. 젊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동시에 노장 신하들의 경륜을 잊지 않았습니다.

또 유교적 관습이 지배하던 시기에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문화예술과 실용과학, 실용학문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배운 자와 가진 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앎과 배움의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수많은 발명과 발견, 작문과 작곡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종 당시 노벨상이 있었다면, 조선에서 제일 많은 수상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오늘날은 세종의 이러한 창조적·융합적 사고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창조하는 것 못지않게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유·무형의 자산을 잘 파악해, 적재적소의 쓰임새를 찾아, 조화롭게 응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폴 로머 교수는 우리가 지금 ‘소프트 혁명’ 시대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새로운 생산의 개념을 유한한 자원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조합을 달리하는 새로운 개념과 방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창업이든 취업이든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파악하고, 이를 잘 조합하는 것이 사회 진출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거 부모님 세대가 만든 훌륭한 아날로그 기반에서 태어나, 미래를 코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통합하고, 이성과 감성을 넘나들며, 진보와 보수, 우리나라와 세계, 그리고 남과 북을 포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가기 바랍니다.

이제 눈을 들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라봅시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에 땅덩이가 세계에서 109위에 불과한 매우 조그마한 국가입니다. 이 좁은 땅에서 우리는 월드컵 4강과 올림픽 종합순위 최고 4위를 기록했고, 골프·수영·피겨스케이팅·양궁·비보이·생명공학기술이 모두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또 2차대전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능했을까요? 한국 사람은 뭐든지 하면 최고가 되려는 강한 목표의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누벼야 직성이 풀립니다. 골드먼삭스는 2050년이 되면 국민소득 9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라고 합니다. 여기다 우리에겐 통일이란 벅찬 가능성이 남겨져 있습니다. 남북한을 갈라놓은 분단의 족쇄가 풀리는 순간 새로운 도약의 엄청난 기회가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얼핏 열강이 대치하고 있는 동북아의 틈바구니에 낀 샌드위치 신세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들 열강이 갖지 못한 활력과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처럼 열정과 창의가 넘치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첨단기술력과 지식 기반이 결합되고, 개방과 관용의 정신이 더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매력국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세계의 박해받는 종교인과 지식인이 망명해서 살고 싶은 나라, 세계의 인재와 기업들이 다투어 몰려와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은 나라, 세계의 문화인들이 기량을 뽐내고 함께 즐기고 싶은 그런 나라 말입니다. 18세기에 좁은 국토, 작은 인구에 강대국 사이에서 바람 잘 날 없었던 네덜란드가 그랬습니다. 언론과 사상, 종교와 경제의 자유를 보장하는 관용과 개방을 통해 유럽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여 세계를 호령하는 강소국이 됐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매력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꿈을 향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열정, 더불어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 창의와 융합의 열린 사고를 가지고 교문 밖으로 나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매력적인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도 활짝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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