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초연금법안 2월 국회에서 꼭 처리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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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 노인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다. 이 부끄러운 기록은 노인 빈곤율이 49%에 이른다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노인 계층의 빈곤 문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통계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제정안(정부안)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정(與野政) 협의체(여야 간사 유재중·이목희 의원)를 꾸려 이견을 조정해 온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그제 종료일을 넘긴 것이다. 양당은 시한이 끝나도 협상은 계속한다고 했지만 노인 빈곤율을 줄이는 이 절박한 이슈조차 선거 논리에 침식당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민주당은 연금 관리의 안정성 문제 등을 들어 국민연금과의 연계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데다 65세 이상 모두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론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논리적이고 명분에서 일리 있는 측면이 있지만 복지 재원의 한계와 재정 건전성의 유지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고려하면 정부·여당과의 타협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잠정안이 민주당은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허용하고 새누리당은 소득 하위 70%를 75%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었다.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지만 7월 1일 시행이 예정된 촉박한 일정과 노령층의 기대를 감안하면 적절한 타협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타협안이 당론을 고수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반대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닷새밖에 안 남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2월 국회에서 입법이 실패하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4월 임시국회에선 타협이 더 어려울 것이다. 정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등 사전 준비에만 최소 4개월이 걸리는 만큼 기초연금법안은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행여 여야가 지방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야당 발목잡기’ ‘여당 공약파기’ 주장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안 처리를 미룬다는 의심을 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