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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석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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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석가탄일이 올해부터는 공휴일로 되었다. 「그리스도」의 탄일 「크리스머스」도 공휴일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불교도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석존일은 언제나 음력으로 4월초8일, 그러니까 해마다 날짜가 달라진다. 그리고 보면 석존일은 추석에 이어서 음력으로 따지는 우리 나라 두 번째 공휴일이 되는 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좀 기이한 느낌도 든다.
1897년에 「네팔」남부에서 발굴된 한 골호에는 『이 불타의 골호는 석가족이 형제 자매 처자와 함께 정성껏 안치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것으로 봐서 석가가 실존인물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언제 그가 태어났는지는 썩 정확하지가 않다. 기원전 566년으로 잡는 사람도 있고, 483년으로 잡는 학자도 있다.
인도의 옛사람들은 연대에는 그다지 까다롭지가 않았다. 더운 기후 탓이었을 것이다. 기원전 5세기의 어느 해였다고 밝혀낸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석가의 탄생에 얽힌 신화는 많다. 그는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태중에 4백 몇십일 동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경전에 적혀있다.
따라서 석가는 세상밖에 나올 때 이미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숙성한 어린이였다. 그는 일곱 발짝 걸어나온 다음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말했다고 적혀있기도 하다.
그러나 경전은 역사책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들을 적어놓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것은 다만 부처의 존엄을 나타내기 위한 신화적 우화를 엮은 것일 뿐이다.
옛「퉁구스」족은 지상과 천계의 사이를 7단계로 나누고 천계를 최상에 두고 있었다. 옛 몽고인들도 그 이동식주택의 주주를 7색으로 나누어 칠하고 있었다.
석가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발짝을 옮겼다는 것은 그가 지옥·아귀·축생·수나·인간·천의 육계를 벗어나서 부처가 되었음을 상징한다.
그것은 7에 대한 토착신앙을 빌어 후세의 불제자들이 꾸며낸 설화라고 봐야 옳다.
따라서 석가의 생일이 정말로 4월8일이었는지 아닌지도 분명치는 않다. 그러나 꼭 4월8일이 아니라도 별 상관은 없는 것이다.
석가의 생일은 사실은 매일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석존일을 공휴일로 삼는 본 뜻이 있다고 봐야 옳다. 사람은 누구나 불성과 마성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그 불성을 살릴 때 누구나가 석가와 같은 존귀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도 내가 제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세상에 있는 누구나가 부처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모두 존엄하다는 뜻이다. 그런 마음을 살려내는 나날의 수행의 기점이 석존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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