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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회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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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괴 도발 악랄해져>
▲인사말〓지난 1년도 다사다난한 해였고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겹치고 겹쳤으나 국민 모두가 조화와 단결로써 슬기롭게 극복해 낸 한해였다.
안보 면에서 커다란 위협을 받았고 경제에 있어서도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많은 어려운 문제를 겪었다.
끈질진 노력과 인내로써 경제의 안정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연말에 성장 계획과 수출 목표를 달성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이것은 국민의 꾸준한 노력과 어려움을 참아 준 인내, 정부 시책에 대한 협력의 결과로 생각한다.
금년 75년도 작년에 못지 않은 어려운 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8·15」광복의 30주년이며 「6·25」동란 25주년, 유신 3차연도로서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다.
공산주의자들은 광복 30주년이다, 노동당 창당 30주년이다 해서 연초부터 별의별 소란을 다 피우고 있다.
모험을 좋아하는 그들이 또 모험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제 불황은 상당한 기간 계속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수출과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하며 단단한 결의로 이 해를 맞아야 한다.

<올해에도 난제 산적>
새해 시정의 중점을 세 가지에 두고 있다.
첫째는 국가 안전 보장을 더욱더 튼튼히 해야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믿고 있는 책임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국가 안보다. 국가 민족의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총력 안보 체제를 다져야 한다.
둘째는 경제 문제다. 아무리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이더라도 국민경제의 안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세째는 난국을 극복하는데 국민과 정부가 일치 단결해서 단결된 힘으로 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총화 단결을 이룩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겠다.
결론적으로 새해 문턱에 서서 1년을 전망하자면 어려운 난제가 산적할 것이다.
작년에 국민이 보인 꾸준한 노력과 슬기·결의로써만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렵다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미리 겁부터 먹을 것이 아니라 고난을 총화 단결의 힘으로 극복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힘차게 전진할 것을 다짐한다.

<평화 통일 계속 추구>
▲새해 대외정책〓흔히 요즘의 시대를 긴장완화, 혹은 화해의 시대라고 한다. 완벽한 세계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모든 나라가 더 이상의 대립과 마찰·분규를 피하자는 생각이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질서의 급격한 변동을 가져와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세력 균형을 깨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자는 것이 긴장완화와 화해의 사고방식이다.
이 같은 국제 조류가 현실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한반도에 어떤 진전을 가져왔는가.
작년 l년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측 미·소·중공·일본 등 미·중공 사이, 미·소, 일본·중공, 일본·소련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큰 진전이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를 보면 남북대화는 북한의 일방적 중단 선언으로 1년반 동안 중단됐고 간혹 실무자급 회담이 계속되지만 북한은 회담 중단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이지 성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도발상을 대화 중 혹은 중단 중에 드러냈다. 「8·15」사건과 최근 휴전선의 땅굴 사건 등은 집요하고 악랄한 수법이 종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긴장완화와 평화의 정착을 위해 인내와 성의로써 애써왔지만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시종일관 적화 통일·「남조선 통일」이라는 기본 노선을 바꾸지 않았다.
한반도에는 긴장완화의 징후가 없고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런 판국에 국내 문제를 살펴볼 때 서글프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 일각에서는 북괴의 남침 능력이 없느니, 북괴의 위협이 없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가 하면, 정부가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여전히 있다고 하는데 대해 그런 사실도 없는데 국민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는 양 안보 의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정보로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 시국관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위협을 당하고 있으면서 『없다』 『아니다』라고 하는 저의는 이해하기 곤란하다.
당장 눈앞에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체험하는 예를 들어 「8·15」사건을 보면 공산당이 「테러」를 보내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고 대통령 가족을 공식 석상에서 저격, 피살했으며 최근 D·MZ에서 땅굴을 파 기습 공격을 하려다 들통이 난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땅굴은 하나뿐이 아니다. 여러 개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탐색하고 있다.
휴전선 건너편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휴전선에 농장이 생기는가 하면 남한을 노리는 새로운 군사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휴전선 부근의 비행장에서 서울을 공격하자면 2, 3분이면 가능하다. 임진강 건너편의 적의 포병 진지를 보면 사정이 서울을 넘을 수 있는 장거리포가 1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다.
임진강 건너 해안에 기습 공격용 도하 장비를 잔뜩 갖다 놓고 있다.
1968년에 침입한 「1·21사태」때 들어온 「게릴라」부대가 특수 8군단이라 하여 8만명을 새로운 부대로 양성했다.
이런데도 북한의 남침 능력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북한의 군사력은 정규군·노농적위대·청년 근위대를 합쳐 2백80만명이나 된다. 1천5백만명의 인구에 GNP3백「달러」미만인 그들이 이 같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북한의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이 중공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소련이나 일본과 싸우기 위해서인가.
최근 미국방성 당국도 북한이 갖고 있는 군사력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공식 발표를 했고 이에 엄중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 특히 정치인으로서 위협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국민의 안보 의식을 흐리게 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우리 나라의 정치인이나 일부 지식인들이 무책임한 언동을 하는 것은 조심해야 될 줄로 안다.
금년도 외교정책은 이러한 국제 정세와 우리가 처한 특수 여건을 똑바로 인식한 바탕 위에서 안보·경제·평화 통일 외교의 3대 목표를 계속 달성하도록 전개해 나갈 것이다.
작년 11월 「포드」 미 대통령의 방한은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의례적인 면보다도 실질적인 면에서 양국간의 협력 관계를 다지는데 성과가 있었다.
미국은 대한 공약에 대한 이행과 우리의 안전 보장을 공고히 다지는데 계기가 됐고 대한 투자·교역 증진·식량 공급 등 당면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포드, 통일 정책 지지>
미국은 우리의 평화 통일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 우호 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입증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보다 두텁고 폭넓게 발전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
8·15사건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매우 심각한 국면에까지 한때 이르렀으나 두 나라가 「아시아」전체의 번영과 안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국적 견지에서 호혜 평등과 신의를 바탕으로 계속 긴밀한 유대 강화와 우호 관계 유지에 노력해 나갈 것이다.
두 나라 관계는 어느 일방이 손해를 보거나 어느 일방이 이득을 취하는 관계가 아닌 호혜 평등 원칙에 따라 두 나라의 안전·번영과 나아가서는 이 지역 전체의 안전·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중립국 및 공산권과는 6·23평화통일 외교 정신에 따라 호혜 평등의 원칙에 입각, 문호개방과 관계 개선에 계속 힘써 나갈 것이다.

<대화 목적은 선전>
▲남북대화의 장래〓솔직이 말해 남북대화는 잘 안되고 있고 아무 진전도 없다. 북한은 남북조절위를 격하시키려 하고 있다. 그들은 남북대화에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에 불안을 조성하고 반공 체제를 흔들어 약화시켜 내부에 헛점이 생기면 폭력으로 적화 통일을 시키려 기도하고 있다.
남북 회담이 시작되자 말자 북한은 반공법·보안법을 없애라. 간첩이나 지하운동을 해 구속 중인 반국가 사범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들은 이들 반국가 사범을 민주적 애국자라 한다.
또한 통일과 대화가 잘 안 되는 것도 미군 때문이니 미군을 나가라고 했다. 더구나 우리의 6·23선언이 발효되자 이를 철회하라면서 남북 분단을 고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 이것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했다.
요즘에 와서는 대민족회의니 연방제니 하면서 「유엔」에 따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고려 연방제로 단일 대표로 들어가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의 불가능한 것인데도 받아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남북대화가 안 되는 이유가 남한에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원래 이들의 대화 목적이 선전 도구로 삼겠다는 데 있었기 때문에 대화 중에도 엉뚱하게도 우리 어선과 경비정을 납치하고 8·15저격 사건을 저지르고 비무장지대에 땅굴을 팠다.

<「8·15」「땅굴」이 실례>
작년 8·15사건만 하더라도 문세광을 조사한 결과 조사 보고서에서 밝혀졌듯이 8·15사건의 지령이 72년 9월에 나갔고 7·4공동성명에 서명한 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이 같은 엉뚱한 짓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땅굴을 파자면 1년 내지 1년 반이 걸리는데 따라서 이 땅굴도 7·4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시작된 것이다.
땅굴도 하나뿐이 아니고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보여 찾고 있다. 땅굴의 완공 목표가 금년 10월이었다. 그들은 금년이 북한 공산 정권과 노동당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라해서 땅굴을 파서 무슨 음모를 꾸미려고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사실 남북대화에 기대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중단 않고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족끼리 또다시 피를 흘려서는 안되겠고 6·25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 세대에 통일이 될지 어떨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 세대에 동족간의 전쟁은 없애야 하겠고 이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평화 정착 없이 평화 통일은 없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가 제시한 일련의 평화 정책이며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북한은 이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6·23평화선언과 남북 불가침 협정 체결, 작년 8·15때의 평화 통일 3대 기본 원칙이 그것이다. 현 단계에서 남북한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그들로 하여금 이 제의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은 빨리 우리의 국력을 증대시키는 것뿐이다. 그들이 무력·폭력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확신케 하는 것뿐이다.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만이 그들이 환상과 폭력과 모험을 버리게 하고 남북대화에 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동서독 관계는 다르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동독이 서독을 무력으로 무너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엔」에도 같이 들어가고 화해를 한 것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도 우리의 힘이 저들보다 월등히 강하면 협상할 것이다.
국력을 배양하고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10월 유신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일부에서 유신헌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잠꼬대 같은 소리다.

<평화공세로 침략 위장>
▲북괴가 「유엔」군사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작년 연초 바로 이 자리에서 제의한 것이 남북 상호 불가침 협정인데 북괴가 이를 거부했다.
북괴는 남북 평화 협정안을 들고 나와 여러 번 정치 선전에 써먹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위장 평화의 술책이며 침략을 위한 술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제의를 거부했다.
북괴가 주장한 평화 협정안이란 첫째 외군 철수, 즉 주한 미군이 나가야 하고 둘째 남북한이 군대를 10만 이하로 군축하며 세째 휴전협정을 철폐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제의한 불가침 협정은 서로 무력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서로 간섭하지 말고 비방하지 말자는 것이며 또 현행 휴전 협정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로 되어 있다.
북괴는 이런 불가침 협정 제의를 거부했다. 이유는 뻔하다. 그들에겐 무력으로 적화 통일하겠다는 야욕과 환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야욕을 관철하기 위해선 계속 무력 도발하고 간첩·「테러」단을 보내야겠고 지하당을 만들어 남한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군이 한국에 남아있는 이유도 무력 남침 위협이 상존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북괴의 군사력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유엔」군사가 무작정 언제까지고 여기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유엔」군사가 해체된다면 휴전 협정 체제는 남겨 놓고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우방의 일치된 견해다.
휴전협정이 보존·유지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 마련된다면 「유엔」군사 해체를 굳이 반대하지 않으며 지난번 「유엔」총회에서 서방측 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확실히 말해 둘 것은 「유엔」군사가 해체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주한 미군의 철수와는 전연 별개의 문제다.
주한 미군은 한·미상호 방위 조약에 의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북괴가 「유엔」군사의 해체를 주장하는 저의는 실상은 주한 미군을 나가라는 것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노리는 일관된 목적은 주한 미군의 철수에 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대민족회의 운운하는 것도 저의는 같다. 5백명이고 1천명이고 같은 숫자로 구성되는 남북한 대표자 회의에서 제일 먼저 들고나올 의제는 외군 철수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계산은 대민족회의에서 그들 대표들은 한표도 흔들리지 않고 똘똘 뭉치고 남한 대표들 중엔 정부를 비판하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잘만 공작하면 외군 철수안을 통과시킬 것이고 그러면 전체 조선인이 원하는데도 미군이 안나 간다고 들고나올 것이 뻔하다.
남북 연방제 제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럼 얘기해 보자고 하면 그들은 미군이 남아있으면 안되니 우선 미군 철수부터 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미군 철수 후엔 그들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여러분들이 잘 짐작할 것이다. 음흉한 그들의 저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한 미군이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미 양국간에 완전히 합의한 견해다.

<동시 반대면 단독 가입>
나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몇 가지 제의를 한다.
①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고 상호 불가침 협정 제의를 받아들여라.
②6·23선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통일될 때까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자. <3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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