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월남 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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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에 접어들면서 월남 전투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월맹 공산군은 지난 7일 「사이공」동북방 「크메르」접경 「푸옥롱」성의 성도「푸옥빈」시를 석권한 데 뒤이어 종전부터 이름난 「베트콩」의 성역 「앵무새 부리」지역과 인접한 「타이닌」성, 그리고 중부의 「빈딘」성, 남부의 「메콩·델터」 지역 등 도처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으며 후방 교란 작전을 동시에 병행하고 있다. 정부군 또한 이에 대결해서 반격 작전을 전개하고 있어 월남에서의 대회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월남에서는 산발적인 대·소전투가 계속되면서 휴전 협정 위반 사건이 속출하고 쌍방의 전사자 또한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었지만, 정부군 산하의 성도가 실함 되기는 최근이 처음 있었던 일이다. 이번 공세가 68년의 구정 공세 및 72년 3월의 대공세처럼 확대할 것이냐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이제 2년전에 조인된 휴전협정이 문자 그대로 휴지화 하는 위기에 직면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주지된 바와 같이 월남 휴전 협정은 10여년을 끌어온 인지 반도에서의 전화를 종식시킴과 아울러 증오와 적대의 종결, 보복을 중지하는 한편 월남 통일을 위한 「민족 화해 단합 국민회의」의 창설을 규정, 이를 국제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거의 전면적인 전투의 재연으로 「파리」에서 조인된 당사자들간의 휴전협정은 마침내 완전히 공동화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월남 사태는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반정부 운동과 미국의 대월 원조 삭감 및 경제 파동 등 그 내정 불안이 여느 때 없이 높아진데다가 다시 공산군의 도전마저 겹쳐 그 곤경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추측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제 내우외환이 함께 겹친 월남이 앞으로 어떻게 그 난국을 타개·극복할 것인지가 세계의 주목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으로서도 월남 전국의 중대화와 더불어 재개입이냐 월남 스스로의 운명에 맡기느냐의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월남 전투 격화와 때를 같이해서 미제7함대의 항모와 해병이 재배치되는 듯도 하지만 미 국회는 이른바 「통킹」만 결의안을 폐기하고 「크메르」 단폭 결의안은 물론, 미 대통령의 「전쟁 대행권」마저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재개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월남의 운명은 월남 국민 스스로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것도 또한 자명하다. 따라서 이제 월남은 스스로의 국내 정세를 일거에 정비하여 정치·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군사적으로 공산군 침공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공산주의자들의 악랄한 침략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인명의 희생과 또 막대한 전비를 쏟은 끝에 『명예로운 휴전』을 택한 미국으로서는 현금 월남 사태의 해결을 위해 비록 직접 개입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차선책으로 삭감된 군원을 부활하는 등 열세에 빠진 월남 정부군의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 가능한 최대한의 원조를 주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지난날 실전 병력과 많은 기술자를 파견, 월남을 지원한 바 있는 한국민으로서도 월남 사태의 추이에 대해 남달리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과거의 월남 전쟁은 세계의 역사를 진동시킨 바 있지만 최근의 사태는 강대국 「데탕트」속의 전쟁이다.
또한 그것은 휴전협정 하에서 재발된 전쟁이고 월남의 정치·경제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을 때의 도전이고 세계 경제 파동과 미국내 정치 정세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전쟁이라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발된 월남 전투는 그 여건이 비슷한 한국의 입장에서도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으며, 그것을 교훈 삼아 한국의 방위 태세도 이 기회에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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