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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매점 손쉬운 품목 등귀|농산품과 일부 공산품은 보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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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중 물가가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7 환율 인상과 그후의 대폭적인 물가 현실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농산품 등 대부분의 상품값이 불황 타격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마거린」·치약·「시멘트」·화학조미료·분유·「볼펜」등 독과점품과 ▲화장지·설탕·밀감 등 고소득층의 비축 성향에 자극된 품목 및 ▲목욕값·「코피」값 등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협정 요금 ▲재산 묻어 두기의 전통적 수단인 금값은 크게 오른 것이다.
10일 현재 서울 합정동·우이동·중곡동·봉천동 등 변두리 지역의 소매 시세를 보면 쌀값은 상품 l가마(80㎏)가 1만9천∼1만9천5백원으로 환율 인상 직전보다 오히려 1천5백원 내렸으며 쇠고기·돼지고기·달걀·과자류·청량음료는 같은 값으로 거래되었다.
또 마늘이 접당 1천2백원에서 9백원으로 내린 것을 비롯, 고추·김·미나리 등 농가 부산품은 15∼25% 가량씩 내렸다.
따라서 지금까지 환율 인상을 배경으로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독과점품과 협정 요금 품목이었으며 따라서 소비자들의 단결된 행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12월 6일 현재 4백50「그램」들이 한 통에 4백50원하던 분유가 우유 등 원료 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는데도 33%나 오른 6백원이 되었으며 라면은 30원에서 40원, 「마거린」은 1백60원에서 1백80원, 「시멘트」는 6백원에서 7백50원, 세탁비누는 55원에서 70원으로 각각 뛰었다.
공산품 가운데 독과점 품목이 이처럼 급등한 데 비해 남비·양은식기·「라디오」·자전거·기성신사복·내의·섬유류·자봉틀 등 생산 업자가 다수이거나 수출길 이 막힌 제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한편 금값은 12월 7일의 돈쭝당 9천7백원에서 무려 2천3백원이나 오른 1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종로 B상회에 의하면 수요가 계속 늘고 거래 단위도 커지는 추세여서 당분간 오름세가 계속될 전망이라 한다.
이와 같은 물가의 급격한 변동과 봉급생활자들의 실질임금의 하락은 시민들의 소비생활「패턴」을 바꾸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시장에는 고객들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
아현·불광·미아 등 변두리 시장 상인들은 지난 연말과 새해에 걸쳐 시장을 찾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품 선택에 있어서도 과거 잘 팔리던 냉장고·TV·전기밥솥 등 가정 용품과 미술품·목각 등 실내 장식품의 수요가 대폭 줄고 식품·잡화류 등 생필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S백화점의 경우 73년 하반기 중의 상품 판매 비중은 전체 매상고 중 식품 21%, 잡화 13%를 차지하던 것이 74년 하반기에는 각각 26%와 18%로 늘고 73년 하반기에 전체 매상의 19%를 차지하던 가정 용품과 11%를 차지하던 미술품 등의 비중이 74년 하반기에는 12%와 8%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의류(20%)와 아동복(16%)의 비중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들의 절약 「무드」는 교통 수단의 선택에도 나타나 새해 들어 「택시」업자들은 「택시」 승객이 작년에 비해 15∼20% 가량 줄어들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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