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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발목 잡는 또 다른 '대못' 공인인증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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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창조경제를 위한 벤처 활성화 대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 연석회의’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요 과제로 벤처·창업 대책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 속에 창업과 벤처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대못인 창업자 연대보증과 스톡옵션 문제에서 큰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먼저 창업자 연대보증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8일 우수한 기술력과 사회적 신용도를 갖춘 창업자에 대해 국책 보증기관의 연대보증 부담을 5년간 면제해주는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신용보증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창업자 본인의 보증을 면제해주는 큰 진전이다. 아직 국책 금융기관에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향후 민간 금융업체에까지 이 제도가 확대되고 에인절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스톡옵션 문제 역시 진전이 있었다. 그간에는 이익이 실현되지도 않은 스톡옵션 행사 시 최고 38%에 달하는 높은 세율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이에 기재부는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벤처기업 스톡옵션 과세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비상장 벤처기업 직원은 현행 과세방식 이외에도 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살 때 세금을 내지 않고, 추후 주식 처분 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방식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의 우수인재 영입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은 앞서 말한 두 개의 대못을 뽑으며 이제 실질적인 의미의 첫걸음을 뗐다. 창업의 리스크와 실패에 대한 페널티를 최소화하고, 벤처인력의 보상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더 많은 우수인재를 창업과 벤처 업계로 유도할 수 있는 실로 중요한 제도들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연대보증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창업 자금을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 회수시장인 인수합병(M&A) 시장과 최종 회수시장인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에인절 투자자를 육성하고 자금의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 또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규제를 풀어주고, 창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기업가 정신을 고양해야 한다.

 낡은 규제가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인인증서 제도다. 인터넷을 통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가 날로 증가하는 시기에, 정작 해외 구매자들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국내 쇼핑몰에서 자유롭게 구매하지 못한다는 기현상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공인인증서 기술은 특정 외국회사에 종속된 액티브X 기반이다. 이의 사용을 정부에서 의무화해 관련 산업의 성장과 보안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관리비용 경감, 이용자 편익증진, 전자상거래 활성화, 금융거래 보안 강화, 악성코드 감염 방지 등을 저해하고 있는 관련 규정을 시급히 개정해 글로벌 표준에 맞는 다양한 온라인 결제 인증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

 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공직자들의 행동이 지극히 답답해 보일 때도 있지만, 국가 경제 경영의 중심에서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노력이 그래도 대한민국 경제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뭔가 근본적이고 전향적인 자세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정부에서 준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이런 시장의 바람이 전향적이고 혁신적으로 반영된 내용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