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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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비보다는 절약이 미덕이다. 그러나『더 이상 어떻게 절약하느냐』고 흔히들 말한다. 더 줄일래야 줄일 건덕지도 없다는 이야기다.
4백만에 달하는 봉급 생활자 중 5만원 이상의 급료를 받는 사람은 24·9%, 10만원이상 봉급 생활자는 11·5%에 불과하다. 74년 3·4분기 도시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은 5만9백90원. 어차피 모자라는 생활비 일 바에야 그럭저럭 닥치는 대로 살아보자는 자세.
우리 주변에 분수를 넘어선 갖가지 낭비와 사치가 널려있다.
기름 한방울 솟지 않는 이 땅에 18만여대의 각종 차량이「러쉬·아워」를 몰고 있으며 자기 집 안방을 옮겨 놓은 듯 화장지와 보료를 싣고 다니는 고급승용차만도 4만5천대나 된다. 이들 승용차가 기름 쓰는 것을 절약할 리는 만무하지만 아껴서 하루20ℓ만 쓴다고 해도 휘발유 9천「드럼」(2백ℓ들이)을 소비한다.
속칭「보석부인」사건 때 잘 알려졌지만 4백만원짜리 반지를 끼어야 행세하는 세태도 보였다.
수출「붐」이 일면서 벼락부자가 많이 생겼다.
이들은 우선 호화저택을 짓고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다. 집 응접실 3면을 양서와 장서로 채운다. 10평짜리 응접실이면 2천권의 강서가 필요하다는게 벼락부자 전용 서점상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의 일과 또한 재미있다.
낮에는 주로「골프」장이나「사우나」탕을 찾아 체중을 조절하고 가끔 노름도 즐긴다. 노름장소가 어떤 때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한다는게 알려진 비밀. 침실에는 미제 침대만 주로 사용, 몸을 누인다.
30년 동안 반성없이 배운 사치성 소비는 1년에 양주 15만9천병과 맥주13만1천㎘를 스스럼 없이 마셔 버렸다.
탁주와 소주 소비량은 이상하게도 73년에 비해 74년엔 줄었다고 한다. 서민들은 좋아하던 막걸리도 줄여 마시는 것일까.
연간 우리는 3백만「달러」어치의「코피」를 마시고 있다.
50원을 절약하기 위해 30리 새벽길을 걷는 부인이 있다.
야채를 단골 식당에 사들여주고 2남1녀를 키우는 P씨(37)의 부인은 남편의「리어카」가 남산 고갯길을 지날 때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가「리어카」를 밀어주고 마포까지 걸어서 돌아온다.
서울시내 도심으로 통하는 고갯길에는 새벽녘에 수레를 밀어주고 50원을 받는 일꾼들이 모인다.
아직 우리네 가정에서 가계부를 적으면서 알뜰 살림을 하는 가정은 28%. 일본의 경우 48%라고 한다. 계획없는 지출은 낭비의 여지를 준다.『절약의 묘는 적은 이익에 주의하기 보다 적은 낭비에 주의하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검소와 근면·성실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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