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 문예 평론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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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심을 거쳐 넘어온 평론이 7편이었다. 그 중에서 어느 정도 논의 될 수 있는 것은 『시의 생명』 『플롯 유형의 새로운 시론』. 『침묵에 맞서는 언어』 등 3편이었다.
『시의 생명』은 시가 독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이유를 다룬 것이다. 주제 자체는 매우 흥미 있는 것이긴 하나 논점의 정확성을 찾을 수 없고 또한 안이한 상식론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플롯 유형의 새로운 시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비롯되는 「플롯」의 개념을 상당히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론을 한국의 단편소설에 적용하는데 있어 실패하고 있다. 이 글의 대부분이 이론 소개지 부제로 내세운 「19
20∼1930년대 한국 단편을 중심으로」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학술적 논문과 평론을 근본적으로 착각한 오류에 속한다. 더구나 한국 문학사에 대한 인식 부족은 곤란한 일이다.
이상의 두 편에 비하면, 『침묵에 맞서는 언어』는 우선 평론으로 씌어진 것으로 간주된다.
만해의 『님의 침묵』에 대한 인식론적 일면을 다룬 것이다. 그러나 이 논자가 말하는 인식론이 매우 불투명하다. 불교·노자·「하이데커」·「생텍스」, 그리고 「게슈탈트」 심리학 등이 동원되고 있지만 각각 그 문맥에 닿는 것인가는 의심스럽다.
또 하나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이미 한국에서 그 동안 논의된 만해에 관한 논문을 최소한도 섭렵한 자리에서 출발해야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앞으로의 정진을 기대하는 뜻에서 가작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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