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살림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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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을묘 3백65일이 시작됐다. 잇달았던 경제「쇼크」안팎으로 닥쳐온 자원난과 물가고속에 맞이하는 이해는 어느 때보다 가파른 살림의 고개가 기다리는 한해. 가정·기업·사무실·학교·육아원을 비롯한 모든 직장단체 어디를 가릴 것 없이『소비가 미덕』이라던 한때의 생활태도를 날려보내고 검소와 절약의 허리끈을 졸라매는 새로운 생활의 슬기로, 시련의 이 한해를 살 것이 요청된다. 새해 시무 첫날, 각계 각층의 알뜰한「구두쇠」살림의 설계- 비상 생활태세를 점검해 본다.

<가정>
서울 관악구 동작동 반포「아파트」l남1녀의 어머니인 박 여인(33)은 올봄 맏아들이 국민학교에 들어가게 돼 가정부(월1만원)를 내보내 새 지출을 메우기로 했다.
회사원 남편의 월수 9만원으로는 지난해의 물가 파동에 이미 살림이 흔들려「아파트」관리비 2만원·주식비 l만원·부식비 4만원의 기본 생활비만 해도 벅차다고 남편의 출퇴근도「택시」합승에서「버스」이용으로 격하했다.
남편의 월수 8만원으로 2남3녀. 7명의 살림을 꾸려야하는 서울 영등포구 가리봉동의 회사원 아내 이영희씨(45)는 맨 먼저 남편에 도시락을 싸줄 작정.
하루 한번 가던 시장을 3일에 한번씩보고 신문지·빈병도. 버리지 않고 모아 아이들 과자값을 대는 동 다시금 또순이가 될 생각.
서대문구 ??암동의 주부 김죽미씨(30)는 하루 5시간 정도 보던 TV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 전기료를 절약할 계획.

<보유 차량 대폭 처분>기업
한국생사(서울 남대문노 2가118) 의 살림을 맡고있는 총무과장 서정호씨(30)는 보유차량 10대중 2, 3대를 처분, 연간 약5백만원의 경비를 절약하고 연50만원씩 할당했던 도서 구입비도 10∼20%절감할 계획을 짰다. 현 10개 공장의 「보일러」시설을 개조, 기술분야에서도 최대한 경비를 절약하고 종업원들의 절약·근검심을 기르기 위해 이달 중으로 사원들의 절약「아이디어」를 모집, 채택키로-.

<담배·코피도 끊고>사무실
A부처 주사인 한원희씨(26)는 월수 4만원으로 한달을 사는 신혼.
우동·짜장면으로 메우던 점심을 도시락 지참으로 바꾸고 담배와「코피」도 끊어 그 돈으로 10만원짜리 새생활 적금을 붓기로 했다.
20∼30분 일찍 일어나서라도 통근차를 어김없이 타 적금에 보탤 생각.
B사 사원인 이범달씨(28·서대문구 진관외동175)도『건강에도 나쁘다는 담배를 이번 기회에 아예 끊고 늦잠 자고 급하면「택지」합승을 하던 버릇부터 고칠 결심』이라고 했다.

<인쇄물 뒷면이용>학교
서울 충암 학원(이사장 이홍식)의 경우「볼펜」·「사인·펜」·압「핀」·송곳·갱지 등 사무용품을 지난해보다 30%줄여 공급할 예정.
특히 용지 절약에 중점을 둬 모조지를 쓰던 기안지 등을 갱지로 바꾸고 학생들의 과제용 인쇄물을 배포 뒤 모두 회수 뒷면에 다시 인쇄해 사용키로 했다.
연세대도 비품의 종류를 줄이지 못하더라도 사용량을 30%쯤 절약토록 하고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 『정확한「다이얼」돌리기』운동 등을 펴기로 했다.

<부식은 자체 조달>육아원
4세부터 고교에 다니는 17세까지 62명의 원아들을 기르는 환심원(서울 중구 도동)원장 임혜옥씨(55)는 어려워지기만 하는 사회에 더 이상 매달릴 수가 없어 『집에서 입는 옷은 모두 기워서 입히는』비상대책으로 고비를 넘길 각오. 남편 이상근씨(57)도 친구에게 빈 김포군 오정면의 밭6천명을 중·고에 다니는 원아들과 함께 일궈 부식만이라도 대는 외조(외조)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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