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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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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4년 무용계는 지난해까지 계속되어온 침체에서 벗어나 몇 해만에 활기를 되찾았고 차차 무용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두 가지 업적을 남겨놓았다.
74년에 무용계가 보인 활기는 우선 평년보다 훨씬 많은 횟수의 무용발표회가 열렸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이 서울에서 각기 2회씩의 발표를 가졌고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창작과 공연에 대한 전면지원을 받은 송원·김백봉·박외선·임성남 네 무용가가 개인발표회를 가졌으며 문예진흥원으로부터 공연지원만 받은 홍정희·정승희·파조·육완순·무용협회부산지부·국립「발레」단(12월말까지 부산에서 공연예정)이 각기 발표회를 가져 중요발표회만 따져도 약 15회를 넘는 것이다.
74년에 열린 이 무용발표회들의 특징은 대부분이 창작무용이었다는 점, 문예진흥원의 지원이 하반기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발표회가 하반기에 많이 열렸다는 점, 두 가지로 집약된다.
올해 창작무용발표회가 많았던 현상은, 그러나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새로운 동작을 실험하고 「발레」를 한국화 하려는 움직임은 마땅히 이루어져야할 시도이기는 하나 무용에는 언제나 아름다움과 미학이 따라야 한다고 평론가 조동화씨는 말하며 74년에 창작무용을 발표한 사람중 이 사실을 잊은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용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은 무용용어통일에서 일단 결실을 맺은 듯 하다. 지난 4월 32명의 심의위원들이 구성되어 통일시킨 이 무용용어는 2천여 단어로 12월 문예진흥원에서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74년에 열렸던 15회 이상의 무용발표회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무용가들에는 중견과 신인이 고루 포함되어있다. 중견으로는 송원·육완순·김백봉씨 등을, 신인으로는 김명순·정승희·문일기·정재만씨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립무용단의 『왕자호동』을 안무한 송원씨는 그러나 『왕자호동』을 통해서 보다도 개인발표회에서 『백의의 환상』을 통해 완벽할 이만큼 아름다운 한국무용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72년 「록·오페라」『슈퍼스타·예수·그리스도』를 처음 공연한 이후, 이번 12월 다섯 번째 공연을 가진 육완순씨는 자신이「예수」로 분한 이 무용극에서 무용의 즐거움과 재미를 전달했다는 평을, 10여년만에 발표회를 연 김백봉씨는 한국무용을 한층 정리했다는 평을 각기 획득했다.
신인들 중 김명순은 『지귀의 꿈』에서 맡은 역 선덕여왕을 품위있게 표현했고, 정승희는 개인발표회의 『심청전』에서 새로운 무용극의 개발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정재만은 남자무용수가 별로 없는 무용계에서 『왕자호동』의 적절한 호동 역을 해냈다는 반응을 받았다.
지난6월 「춤판」을 벌인 이애주는 『땅끝』 『불교의식』등을 통해 독특한 소재를 선택했고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흐뭇한 무대를 보여줬다는 평과 한국무용의 현대화에 대한 평가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현재 단언할 수는 없지만 무용의 기교를 갖추지 못하고 시도만 앞세운 「아마추어」수준이었다는 상반된 평을 들었다.
시립국악관현악단안에 시립무용단이 창설되어 11월 악학궤범 등에 전해 내려오는 소재를 무용으로 재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인 점, 국립 「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를 공연해 국립극장개관이래 최대의 무용관객을 끌어들인 점등이 74년 무용계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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