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키신저 외교의 자평|자신이 본 「세계1년」…뉴스위크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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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은 최근 「뉴스위크」지와의 단독회견에서 74년을 통해 자신이 관여했던 여러 가지 외교활동을 스스로 평가했다. 다음은 이 회견기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큰 비극 없이 대통령의 권력이양>
-74년을 회고하건대 귀하에게 가장 만족했던 일과 가장 큰 실망은 무엇이었나?
▲이상한 일이지만 대통령의 권력이양을 큰 비극없이 잘 조정해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다. 권력의 핵심이 위난에 처해있을 때 그 이양과정에서 우리의 외교정책구조에 근본적인 취약점을 빚어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가 지극히 걱정한 바였다. 효과적인 외교정책을 지속할 우리의 능력이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운 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중동의 격리협정도 극적 타결>
-지난 한해동안의 업적의 일환으로 볼 때 「블라디보스토크」의 SALT(전략무기제한회담)협정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매우 높게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우리가 이룩한 다른 어떠한 업적보다도 영속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싶다. 중동에서 있은 여러 가지 격리협정 또한 극적이고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전쟁 재발적인 경향을 그 반대의 방향으로 되돌려 놓았을 뿐 아니라 어떤 중요한 진전을 위한 하나의 터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제한협정」없으면 또 다른 경쟁>
-그 협정은 양측에게 제1격의 능력을 부여할 MIRV(개별목표조준재돌입다탄두)의 수준을 제한함으로써 실제로 또 다른 군비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 협정은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그것이 만약에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에 일어났을지도 모를 사태와 견주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에 제한협정이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소련의 MIRV수준은 그들의 전체적인 수준과 함께 협정에 묶여진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랬을 경우 우리는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동은 미·소 모두 복잡한 문제>
-긴장완화로 소련이 중동문제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조짐이 있는가?
▲중동문제는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소련이 1973년 중동전을 촉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한편 소련은 중동의 안정을 위해 일부「아랍」국들과의 관계악화를 각오할 용의도 없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하면 긴장완화로 소련과 우리가 협동자가 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경쟁자이며 또 부분적으로는 이념적으로 양립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협조를 향해 서로 눈치를 살피며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은 이와 같은 협조가 만족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PLO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한 미국은 PLO와의 협상을 권장할 수 없다. PLO의 제안이 어떤 형식으로든 이스라엘의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우리는 PLO와의 협상에 큰 희망을 걸 수 없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 않을 터>
-어떤 사람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할 구실을 찾는 것이 「이스라엘」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지도자들과 내가 만난 회담에 근거를 두고 볼 때 어떤 책임 있는「이스라엘」지도자도 그런 가정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들은 전쟁이 터지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임을 알고있다.

<영속적 성과는 에너지정책>
-귀하의 한 해 평가에는 「에너지」문제가 빠져있는데.
▲나는 전략무기제한회담(SALT) 다음으로 우리가 이룩한 가장 영속적인 성과는 우리가 발전시킨 에너지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워싱턴 에너지회의, 국제 에너지협상, 비상공동분배계획, 그리고 우리가 지금 추진하고있는 조처들은 선진공업국가간의 관계를 재건하여 궁극적으로는 생산국과의 교량을 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석유정책과 무력은 상관없어>
-만일 이상의 모든 것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감당할 수 있는 석유가격을 유지시키기 위해 중동에 무력개입을 고려할 것인가?
▲나는 그것이 군사적 행동을 위한 이유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서방의 재정파탄 피할 수 있다>
-귀하는 서방의 재정적 파탄이 개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인가?
▲서방의 재정적 파탄은 다른 방법으로 피할 수가 있다. 우리는 다른 해결책을 발견할 것이다.

<대 중공관계 교착된 것 아니다>
-미국과 중공과의 화해가 교착된 상태에 빠진 것 같은데.
▲글쎄, 그러한 의견은「뉴스위크」지가 계속 고수해온 걸로 알고있다. 나는 두 나라간의 쌍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근본적으로 길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나의 생각은 지난번의 중공방문을 통해 기본적으로 확인되었다.

<외교엔 마법과 초인 존재 안 해>
-귀하는 「슈퍼 키신저」라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비난하는 쪽으로 너무나 기울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외교정책에서 마법과 초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교정책에서 훌륭한 것과 그릇된 것의 차이는 「뉘앙스」의 집합일 뿐이다. 그것은 찬찬한 것이며 주의 깊은 준비다.
만일 국무장관이나 혹은 다른 누가 외교정책을 다루면서 매번 「홈·런」을 치려고 한다면 자신에게 멍에를 지을 것이며 일의 계통에 긴장을 불러올 것이다.

<떠날 땐 압력을 받지 않을 때>
-귀하는 이제 워싱턴에서 7년째의 공직봉사에 들어가려 하고있다. 떠나고 싶은 열망은 없는가? 다른 분야에 들어갈 생각을 해본 일은 없는가?
▲떠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압력을 받지 않고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여기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더 계속할 필요는 가지고있지 않다.
한편 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걸려 있으며 거기서 헤어 나오기는 어렵거나 고통스럽게 되어있다. 나는 그만두어야 할 시기를 스스로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을 터득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나가기 보다는 실려 나가고 있다. 떠나고 싶어 못 견디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자리에 영구히 머무르고 싶은 욕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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