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과학계 결산|구호에 그친 「전국민의 과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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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에너지」부족·식량부족·자원부족·인구폭발·공해-이는 비단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해결해야할 5대 난제다.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이러한 문제점 해결에 얼마나 노력했고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돌이켜본다.
금년은 제3차 과학기술개발 5개년계획 제3차년도로서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기반구축, 산업기술의 전략적 개발, 전 국민의 과학화(과학기술풍토조성)를 3대 목표로 삼아왔다.
이중 과학기술기반구축파 전 국민의 과학화는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3대 목표는 기초과학육성으로 과학의 저력을 기르고 이 위에 고도의 산업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욕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전 국민의 과학화라 해도 이는 과기처의 「캐치·프레이즈」로나 존재하지 실제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신경을 쓰는데 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캘빈 경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과학은 재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으로 표시되지 않는 것은 과학화되었다고 할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양적인 개념을 얻고 정량적·계획적 사고방식을 기르기 위해선 일상생활용품에 수치와 단위를 표시해두면 좋은데 당국은 이렇게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국내산업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KIST)가 문을 연지도 5년이 된다. 그런데도 아직 이렇다 할만한 성과도 못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계에서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 넣어 기술을 개발, 국산화를 서둘러도 당국의 적절한 사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산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지적된다.
그런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구식기계에 대한 비판을 회유하려는 전시효과용 기술개발에 KIST를 이용하는 비리가 눈에 띄기도 했다.
국가발전에 필요한 이공계 인재양성 및 산학협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과학원은 적절한 운영방침과 준비가 여의치 못해 예정된 실험기재태반이 미 도입된 채 17명의 졸업생을 냈다.
우리 나라 초·중·고에서 전무하다시피 한 실험실습을 위주로 하여 산업계에 직접 일꾼이 될 인재를 기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립한 과학원이 막상 실험기재가 없는 채로 개강을 하고 또 졸업생을 냄으로써 그 목적과 실제에 허점을 완전히 드러냈다.
과학계 움직임은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활발한 느낌이다. 지난7월30일에는 1백44명에 이르는 재미과학자를 초청, 국내에서 「심포지엄」을 갖고 국내산업계를 돌아보고 국내기술 발달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했다.
9월에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미 국무성 위촉으로 내한, AID차관 8백만달러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11월에 들어서 세계물리학계를 흥분시킨 J「파티클」(프사이)발견에 우리 나라 이용영 박사가 공동연구책임자였음이 밝혀져 국내과학계는 다시 한번 흥분에 싸였다. 정작 업무를 담당한 주미「사이언스·아타셰」는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이 밝혀져 국내의 한국과학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서 쓸 수는 없듯이 과학입국도 긴 안목으로 보아 기초부터 다져 과학을 할 수 있는 저력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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