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 연례보고서 경고|신문은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땅이 없다… 한 걸음 뒤엔 벼랑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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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취리히25일AP합동】악화되는 제작비압력과 치열해지는 광고경쟁 및 날카로운 노사분규 등으로 세계의 자유언론은 파멸직전에까지 이르렀다고 국제신문협회(IPI)가 연례언론자유보고서에서 경고했다.
세계 67개국의 신문편집인과 발행인 2천여 명을 포괄하고 있는 IPI는 27일 발표될 예정인 보고서에서 『사태는 명확하다. 이제 소수의 발행인들과 기자들의 복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각 국 정부와 의회 및 시민들에게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신문은 이제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문은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서려야 물러설 땅도 없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면 신문은 그처럼 오랫동안 예견됐던 것처럼 벼랑에 떨어져버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IPI사무국장 「에르네스토·마이어」씨가 서명한 보고서는 신문의 재정난이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의 대다수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점점 잔인해지는 공격의 수적 증가보다 커다란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많은 나라들에서, 특히 빈국에서는 경제위기의 부차적 영향으로 『표현의 자유를 염원하기 앞서 신문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많은 신문사의 불안정한 상황에 의해 자극된 제한조치들 때문에 기자 및 발행인과 직업단체들간의 대립이 폭력적인 성격을 띠어 가고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노사분규가 과거에는 부차적인 중요성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오늘날에는『지극히 사소한 인쇄공들의 파업이라도 치솟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광고수입으로 이미 약화된 신문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오늘날 집중화와 정보독점의 추세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됨으로써 신문은 국유화되어 국가에 의해 규제돼야한다는 주장이 강화되고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언론의 직업적·도덕적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으나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이러한 위험 중에서 특히 광고주를 잡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과 『대부분이 국영인 전자매체와의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신문들이 「워터게이트」사건과 「포드」대통령의 「리처드·닉슨」씨 사면에 대한 반응에서 보여준 『공격성과 공정성』을 찬양하고 『우리는 전체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전히 수행한 모범으로서 미국신문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적대적이고 파렴치한 행정부와 대결했을 때의 언론의 태도를 돌이켜볼 때, 그리고 투쟁의 와중에서 나타냈던 약간의 과장보도를 인정한다할지라도 우리는 모든 미국의 신문과 대부분의 방송국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수호할 용의를 가지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금년도에 포르투갈과 「그리스」에서 언론자유가 회복된 것이『전제정권의 패배로 인한 유일한 결실』이었다고 말하고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오랫동안의 값비싼 식민전쟁 후에, 그리고 「그리스」의 경우에는 집권자들의 「키프로스」에서의 군사적 모험 끝에 이 같은 결실이 거두어졌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언론자유라는 단어자체가 정부전복을 꾀하는 구호로 간주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하면서 서구적인 표현자유의 개념은 그대로 수출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언론자유란 일단 그것을 잃어 버렸을 때 그것을 되찾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위협받고 있을 때 그것을 수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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