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오가는 세모를…|여성단체서 이웃돕기「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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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경기와 물가고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연말과「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주부들은 전혀 기분이 안 난다 해도 어린이들에게 성탄절은 기쁜 명절이며 우리 주변에는 연말에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집안의 아이들, 신문이나 우유 배달소년, 청소부, 우체부, 방범대원들에게 인정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각 여성단체들은 금년에도「이웃돕기」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주부「클럽」연합회는『○○○아저씨선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들러가세요』라고 인쇄된 종이를 회원들에게 돌려 각 가정의 대문에 붙이도록 하고 있다.
『작년에는 우체부아저씨에게「타월」1장(1백50원)과 집에서 짠 털장갑(실 3백60원어치)을 드렸고, 신문배달소년 2명에게는 내의(7백원) 1벌씩을 선물했었다.
2천 원이나 가외지출을 한 셈인데 그만큼 뜻 있었다고 생각되어 금년에도 미리 털실을 사다가 모자·장갑을 짜고 있다.
국민학교 5, 6학년 짜리 아이들것과 똑같이 짜고 있으니까 아이들도 관심을 갖고 손수건을 사서 같이 선물하겠다고 한다.』화곡동에사는 주부 안승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른 새벽밥을 지으려고 일어나면 벌써 조간신문을 들이밀고 가는 어린 학생의 발짝 소리가 들린다. 추석 무렵에는 며칠을 지키다가 학생을 불러 학용품을 사 쓰라고 5백원을 주었다. 그 후로는 신문을 집어들 때마다 그 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라고 중앙일보의「손거울」난에 투고한 주부도 있었다. 그 배달소년에게도 그 집에 신문을 넣는 일이 작은 기쁨이 되었을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주부「클럽」연합회는『새로 선물을 살 형편이 안되면 내 집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라도 정성껏 전하자』고 말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이나 떡국 한 그릇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회원들도 많다고 일러준다.
집안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나이에 따라 동화책·학용품·모자나 장갑, 평소에 원하던 물건 등을 준비하도록 한다. 가지각색 빛깔의 「비닐」을 사다가 장화모양으로 2장을 오리고 그 2장을 털실로 꿰매면「샌터클로즈」선물주머니가 되는데 이 주머니에 선물을 담아 주면 기쁨을 더할 수 있다.
『엄마, 「샌터클로즈」할아버지가 ○○공장에 가서 과자를 사 왔나?』라고 아이들이 묻지 않도록 과자·「초컬릿」등도 포장을 풀어 버리고 새로 담아 선물해 주는 정성이 필요하다. 「타월」 1장, 담배 몇 갑, 털신, 양말, 장갑, 비누, 설탕, 달력, 책 등은 방범대원이나 배달소년에게 줄 수 있는 선물들이며 1백원에서 5백원 이내로 준비할 수 있다.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들 옷을 깨끗이 빨아 손질하고 장난감이나 책들을 함께 싸서 아이들과 함께 고아원 등을 방문하는 것도 뜻 있는「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떠들썩한 이웃돕기모금에 아이들 이름으로 큰돈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생활 속에서 이웃돕기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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