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구 최악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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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테헤란」대회에서 남-북 대결을 하겠다던 한국축구는 그 대결을 피한 채 만신창이의 연패를 당했고 한-일 정기전에서도 4-1로 참패, 국민들의 큰 실망을 샀다.
한국축구는 64년의「도오꾜·올림픽」때도 당시의「아랍」공화국에 10-0으로 져 원성을 산 일이 있었다.
그후로는 국내 축구는 어떻든「아시아」지역에서는 급진적인 발전을 거듭해 70년「아시아」3관 왕을 비롯해 많은 성과를 거두어 국민들에게 『국제대회에 나가면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큰 기대를 걸게 했다.
이 같은 과열 기대 속에 최영근「코칭·스탭」에다 이회택 등 노장 선수들을 기용한 한국선수단의 올해 시발은 그런대로 좋았다.
한국이 박대통령 배 대회를 만들어 놓고도 한번도 단독우승의 영예를 차지하지 못하다가 4회 째인 올해 그 숙원을 달성했다.
그런가 하면「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둔 태릉선수촌에서의 훈련은「남-북 대결」을 가장해 어느 때보다 열심이었고 그 결과「북한격파」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장담했다.
그밖에 작년의 「뮌헨·월드·컵」지역예선에서의 「이스라엘」 격파, 호주와의 선전 등은 과열기대를 걸게 하는 요소가 됐었다. 그러나 막상「테헤란」에서의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예선A조에 끼였던 한국은 태국과 범 전을 벌여 겨우 1-0으로 이기더니「쿠웨이트」에 4-0으로 대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준결승「리그」에서도 한국은 맞수라고 할 수 있는「이란」에 2-0으로 졌고「이라크」와는 1-1, 「말레이시아」와는 3-2로 져 준결승「리그」B조의 최하위에 처졌다.
이 같은 참패는 한국이 전번대회의 우승「팀」이었다는 것과 다른 구기종목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림으로써 그 실망의 파장이 더 컸다.
이 참패, 특히「쿠웨이트」「말레이시아」전을 두고 축구관계자들은 북한을 피하려는 상부 층의 지시에 따르다 보니 생긴 결과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력이 있었으면 북한을 피하라는 지시도 없었을 것이니 이는 궁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를 밑받침하는 것은 귀국 후 일본에서 벌인 한·일 정기전에서 4-1로 완패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일본과는 서로 난적이지만 3「골」차로 한국이 진 것은 해방 후 처음. 이 같은 참패의 기록은 올해 들어 북한의 4·25「팀」이 일본대표를 4-0으로 이기고 「테헤란」에서 「쿠웨이트」를 2-0으로 이긴 것과 잘 비교돼 국민들의 실망은 원성으로까지 번졌다.
한국축구는 74년에 만신창이로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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