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2천만원 사기 인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6일 하오3시50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125 서울은행 영등포지점(지점장 강호경·52)에 28∼30세 가량의 청년 2명이 동 은행 중부지점행원을 가장, 가짜 현송금 송부서와 전금 통지서를 제시하고 은행돈 현금 2천만원을 사취해 달아났다.
범인들은 이날 하오2시50분쯤부터 3시25분쯤까지 동지점에 3번 전화를 걸어 동 은행 중부지점에서 보낸 행원인 것처럼 믿게 한 뒤 찾아가 은행측이 내준 5백원 권 1천2백50만원, 1만원 권 4백 만원, 5천원 권 3백50만원을 검은색 「비닐」가방과 밀가루부대에 넣어 정문으로 사라졌다.
은행측은 10분 뒤 전금 통지서 등 이 가짜임을 발견, 돈을 사기 당한 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의도파출소에 수사본부(본부장 윤현용 총경)를 설치, 시외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범인들이 서울은행 지점간의 전금 상황을 알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은행내부사정을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보고 현송금송부서와 전표에서 지문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은행고유의 통지유출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범행경위>
은행측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날 하오3시30분쯤 동지점에 전화를 걸어『본점인데 지불주임 오상필씨를 바꾸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수납계 안인숙 양(20)이 전화를 오씨에게 넘겨주자『자금이 있느냐』고 물었다.
오씨가『있다』고 대답하자『중부지점직원 2명을 곧 보낼 테니 2천만원만 보내 달라』고 했다.
범인들은 15분쯤 뒤 다시 전화를 걸어『차가 도착했느냐』고 물은 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돈이 급히 필요하니 직원이 가는 대로 급히 돈을 보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5분쯤 지난하오3시50분쯤 청년2명이 검은색「비닐」가방을 들고 나타나 정문을 통해 곧바로 지불주임인 오씨에게 찾아가『중부지점직원인데 빨리 돈을 내 달라』며 현송금송부서와 전금 통지서를 내밀었다.
미리 전화를 받았던 오씨는 이들을 의심 없이 은행 안으로 안내, 자기가 갖고 있던 현금 1천5백 만원과 금고에서 5백 만원을 꺼내 2천만원을 정사대 위에 올려놓았다.
오씨는 이들이 갖고 온 현 송금 송부서와 전금 통지서를 비교한 뒤 전결자인 김민웅 대리(32)에게 넘겨 김 대리가 이를 자세히 보지도 않고 결재해 주었다는 것이다.

<도주>
범인들은 밀가루부대와 검은「비닐·백」에 돈을 넣고 정문을 통해 사라졌다.
범인들이 나가고 난 뒤 오씨가 돈을 내준 것을 지켜보던 임기용씨(39·대리)가 이들이 은행「배지」도 달지 않고 은행에서 사용하는 돈주머니가 아닌 밀가루부대를 가져온 것을 수상하게 여겨 오씨를 시켜 은행직통전화로 중부지점에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순간 당황한 오씨가 전표를 살펴보니 가짜였다는 것.

<수사>
경찰은 지난 72년9월 충남D시 모 은행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6백여 만원을 인출해 간 사건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범인을 체포 못했기 때문에 동일 범의 소행이 아닌 가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은행내부사정에 밝은 점을 들어 은행주변의「브로커」에 대한 관계수사를 펴고 있고 현금을 내어 준 오상필씨에 대한 수사도 계속중이다.
경찰은 용의자로 은행관계 전과자 등 10여명을 추려 수사중이고 범인 2명에 대한「몽타지」를 작성, 수배할 예정이다.

<범인 인상 착의>
◇범인갑=얼굴이 약간 넓적하고 1백62cm가량의 키에 회색바랑에 줄무늬가 있는 신사복 차림의 30대 남자.
◇범인을=콧날이 오똑 해 날카로운 인상을 한 1백65cm가량의 키에 짙은 회색신사복, 머리에 기름을 바른 28세 가량의 남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