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류병의 예방은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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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플레밍」(「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인) 이후로 성병은 이 지상에서 말살될 것이라고 믿었던 일이 어제 같은데 「프리·섹스」의 유행 탓인지 말살되기는 커녕 근대 성병은 세계적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예방책은 금욕이 으뜸이겠으나 공념불일 것이고 「콘돔」의 사용도 믿을 것은 못된다. 요도로 침입하는 임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구멍이 나 있지 않는 경우) 믿을만하다고 하겠으나 매독의 경우는 그렇지도 못하다.
매독균은 상처 난 피부를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이다. 어떤 「플레이보이」의 경우처럼 바람 피우기 전이나 후에 항생제, 그것도 유효량에 미달한 양을 복용하고는 득의만면하고 있으니 위험천만한 일이다. 혈중농도와 조직농도를 충분히 유지할 수 없는 양이면 항생제의 종류의 여하를 막론하고 성병의 1백% 예방은 불가하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가 범람하고 있으나 매독과 임질의 치료에는 아직도 「페니실린」이 으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때로 과민한 환자에서 「아나피락시」(속칭 쇼크)라는 무서운 부작용도 있기는 하나 사전에 조심하면 그렇게 겁나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모 약국에서 지어준 「페니실린」을 먹고 환자가 죽은 사건이 보도되었으나, 이것은 제도상의 결함을 탓할 일이지 약사에게는 잘못이 없다. 우리 나라 의료현실(전 환자의 60% 이상이 약국에서 치료를 받고있다)을 감안하면 더욱이 병을 치료하기 위한 행위로 직능상 예견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하여 중대한 과실인 것처럼 다루어진다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병 예방은 항생제의 올바르지 못한 사용에 의지하기보다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옳겠다.
그 치료에 있어서도 항생제를 쓰되 충분한 양을 충분한 기간 투여하고 치료 뒤의 관찰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임질의 예를 들면 「앰피실린」3·5g(250mg 교갑 14개)을 「프로베네시드」(페니실린의 혈중농도를 높이는 약) 1천mg과 함께 일시에 복용하면 급성인 경우 97% 이상 완전 치유된다. [오주익<피부과전문의·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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