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숙인 현오석 "말 그대로 실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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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전 KCB 직원 박모씨가 18일 국회 정무위 청문회장에 들어서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오른쪽 둘째)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을 지나고 있다. [뉴스1]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서다.

 현 부총리는 “말 그대로 실언이었고, 다시 한 번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현 부총리는 “공직자의 말에 무거움을 느낀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들릴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 도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다른 법 체계상 고려할 점이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의원들은 금융 당국 수장들의 책임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로 카드사엔 영업정지 3개월이 내려졌고 수습도 일단락됐다”며 “금융 당국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보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보안을 중점적으로 보는 검사는 많이 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이를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카드 3사로부터 1억 건의 고객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전 직원 박모(40)씨와 박씨에게 1600만원을 주고 정보를 사들인 광고대행업체 대표 조모(37)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똑같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박씨가 2012년 말까지 금융광고대행업체인 A커뮤니케이션의 사내이사로 있었고, 조씨는 이 회사 최대주주였다. 더구나 조씨의 친누나는 콜센터를 두고 대출영업을 하는 회사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를 통한 2차 고객정보 유출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검찰이 이 부분까지 수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세 차례 정보를 빼낸 것 모두 우발적이었다”고 답변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조씨가 도와달라고 해 정보를 전달했지만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를 빼내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청문회에선 박씨와 카드사 측의 주장이 달라 논란이 됐다. 박씨는 “카드사에 보안프로그램 해제를 요청했고 이후 해제가 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카드사 관계자들은 “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설명을 요구했지만, 최 원장은 “엇갈리는 주장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다”고만 답변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금감원이 아직도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느냐. 그러면서 재발을 막겠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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