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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연료효율 3.5% 높인 '상어 날개'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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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8일 부산시 대저동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한 직원이 상어 지느러미 모양의 항공기 날개 부품인 ‘샤크렛’을 만들고 있다. 세심한 수작업이 필요해 하루에 단 두 쌍만을 만들 수 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제작한 샤크렛을 장착한 에어버스 A320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요즘 추세는 항공기 날개를 변화시키는 겁니다.”

18일 부산광역시 대저동 대한항공 테크센터. 강영식 대한항공 기술부문 총괄 부사장이 한껏 고무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강 부사장이 가리킨 것은 대한항공이 만들고 있는 ‘샤크렛(Sharklet)’이다. 항공기 날개 끝에 다는 상어 지느러미 모양의 이 날개 부품(폭 1.8m, 길이 3m, 무게 198㎏)은 한 쌍의 가격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에 달한다. 한 해 약 1200억원을 벌어들이는 대한항공의 효자 상품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에어버스의 A320용 샤크렛 1000개 생산을 기념해 부산테크센터에서 축하행사를 열었다. 2012년 4월 첫 제품을 납품한 지 22개월 만이다. 이 행사엔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39)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도 참석했다.

조원태 부사장

 조 부사장은 “항공사 중에 비행기 부품사업을 하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우리는 에어버스의 구매자인 동시에 (부품 납품) 파트너로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우주사업을 위해 제2의 테크센터 설립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까지는 3~4년이 걸리겠지만 올해 안에 부지 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테크센터는 대전 항공기술연구원과 함께 우주항공업체로서의 대한항공의 꿈이 영글어가는 곳이다. 대한항공은 여객·화물을 담당하는 항공업과 항공 부품, 완제기를 생산하는 항공·우주 제조사라는 양대 엔진으로 더 높이 도약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강 부사장은 “대전의 항공기술연구원이 무인항공기 등의 첨단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면, 부산테크센터는 민항기·군용기 정비와 항공기 부품 생산으로 기술실현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산테크센터를 방문하려면 영문과 국문 2장의 비밀준수 서약서를 써야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상어 날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두터운 철문으로 가려져 있어 출입이 제한됐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도 샤크렛 생산라인을 보려면 또 하나의 문을 거쳐야 했다. 완벽한 상태의 날개를 만들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맞춰야 해 대한항공은 실험실을 떠올리게 하는 별도 구조물을 세웠다.

 생산라인엔 드릴로 날개에 구멍을 뚫는 소리, 망치질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의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금속보다도 강한 차세대 섬유소재인 ‘탄소섬유’를 압축해 알파벳 ‘엘(L)’자 형태로 성형을 하는 기술은 대한항공만이 보유한 특수기술이다. 강 부사장은 “다른 업체들은 날개를 길쭉하게 빼기도 하고, 날개 끝을 두 갈래로 쪼개기도 하지만 우리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어 지느러미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비행기는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 날게 된다. 이때 날개 끝에 소용돌이가 발생해 저항이 생긴다. 대한항공은 소용돌이가 줄어들도록 날개 끝을 상어 지느러미 형태로 세워 연료효율을 3.5% 높였다. 인천~미국을 왕복하는 데 소요되는 기름값이 1억원가량이라면 350만원의 기름값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1977년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조립에 성공하면서 항공·우주 사업에 눈을 떴다. 국민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82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전투기를 조립생산할 정도로 항공기 사업엔 뿌리가 깊다. 2000년대엔 나로호 우주발사체 조립까지 맡기도 했다. 2004년 처음으로 무인기 개발에 뛰어든 대한항공은 레이더 탐지가 안 되는 스텔스 무인전투기(저피탐 UCAV)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조차도 개발을 포기할 정도로 고난도인 수직 이착륙 무인기 ‘틸트로터’도 2011년부터 개발에 나서 양산 직전의 단계까지 와 있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수직 이착륙 무인기 등의 개발과 수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군사용만이 아니라 산불감시, 환경 감시 등 활용도가 높은 민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사업의 매출도 증가 추세에 있다. 2009년 327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7642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에어버스 A350 항공기 카고 도어를 2012년부터 생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항공기인 B-737MAX의 날개 부품(윙렛)을 수주했다.

부산=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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