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 클릭] 강남3구 기초의회 의원 무슨 일 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기초의회를 광역의회와 통합하자는 제안을 했다. 야당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해치는 조치라며 반발하지만 일부 주민 사이에서도 기초의회 무용론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강남구의회 임시회. [사진 강남구의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특별시와 광역시 산하 자치구 기초의회를 광역의회와 통합하는 안을 내놨다. 이에 민주당은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설 직전 슬그머니 전국 기초의원 정원을 현재의 2876명에서 21명을 더 늘리기로 합의해 구설에 올랐다.

 기초의회가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여야간 이렇게 입장이 엇갈리는 걸까.

 기초의회의 핵심 업무는 구 조례의 제·개정이다. 올 6월 4년 임기가 끝나는 강남3구 기초의회의 실적을 한번 알아봤더니 서초구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았다.

 각 구 6대 의회가 발의한 조례는 18일 현재 강남구 32건, 서초구 70건, 송파구 46건이다. 일인당 평균 발의 건수로 따지면 강남구(21명) 1.52건, 서초구(15명) 4.67건, 송파구(26명) 1.77건이다.

 하지만 의원 간 편차가 컸다. 강남구에선 유만희·김길영 의원이 각각 다섯 건으로 가장 실적이 좋았다. 송파구에선 권오철 의원이 7건으로 가장 많은 조례안을 냈다.

 서초구에선 강성길 의원 혼자 38건으로 압도적이었다. 서초구의회에서 발의한 전체 조례안의 절반을 넘는다. 재선 의원인 그는 5대 의회 때에도 30건 넘는 조례안을 냈다.

 강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조례안 발의”라며 “현실과 맞지 않은 조례들을 적극 찾아 개정안을 냈다”고 말했다. 그가 낸 조례안엔 예산집행 실명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 14명의 평균 발의 건수는 2건을 조금 넘는다. 그나마 서초구에서 강 의원 다음으로 조례안을 많이 낸 의원은 김병민(8건)·안종숙(7건)· 황일근 의원(6건)까지 제외하면 일인당 평균이 1건이다. 4년 동안 딱 한 번만 조례안을 낸 의원이 여럿이라는 얘기다.

 기초의회의 또 다른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결의안 채택이다. 결의안엔 지방의회의 내부 운영 관련 사항이나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메시지가 담긴다. 강남구 의회는 8건, 서초구 의회는 21건, 송파구 의회는 16건의 결의안을 각각 냈다.

 강남구는 대형 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일제 시행,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 규탄,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 등의 결의안을 내놨다. 서초구는 서초구 우면산 일대 특별재난지역 지정, 교대역 마권장외발매소 설치 허가 취소, 장원지역 공립고등학교 유치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송파구 의회가 발의한 결의안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올림픽 공원 내 스크린 경륜·경정장 이전, 일본 정부 및 정치인들의 역사왜곡과 망언 규탄 관련이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제주대 양영철 교수(행정학과)는 “기초의회의 조례 제·개정은 상급기관이 정해 놓은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지만 결의안 채택은 이 범위를 뛰어넘어 기초의회가 주민 생각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라며 “결의안 채택 수가 적다는 건 구의회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회는 또 외부 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재적 의원 5분의1 이상의 발의로 건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남구의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서초구의회와 송파구의회가 각각 4건, 14건을 건의했다. 서초구에선 지방자치법 개정과 영유아 보육법 시행령 개정 관련, 송파구에선 위례신도시 기반시설 설치, 탄천변 도로 확장 및 지하화, 풍납동 레미콘공장 이전, 중앙전파관리소 이전 등을 요구하는 건의안이었다.

 강남3구 의원들의 의회(본회의) 출석률은 어떨까. 강남구 93.8%, 서초구 97.3%, 송파구 92% 등 모두 90%를 넘겼다. 국외 연수는 강남구에서 4회에 걸쳐 모두 40명(이하 연인원)이, 서초구에선 9회에 걸쳐 53명, 송파구에선 4회에 50명이 다녀왔다. 의원당 국외연수 횟수론 서초구가 3.5회로 가장 많았고, 강남·송파구는 각각 1.9회였다.

 기초의회들은 의정활동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을까.

 강남구의회는 나머지 2개 구 의회에 비해 소극적이다. 홈페이지의 ‘의안 검색’ 코너에서 의안 목록만 공개한다. 발의자별로 의안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홈페이지에 없어 구민들이 자기 선거구 의원의 실적을 일목요연하게 알기가 매우 힘들다. 전공석 강남구의회 의장은 “관례라 신경쓰지 않았는데 다른 기초의회에 비해 정보공개가 잘 안 되고 있다면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강남구보다는 좀 낫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홈페이지 ‘의안 현황’ 코너에서 의안 종류, 제안자별로 의안을 검색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의안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의정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와 관련해서는 송파구가 제일 친절하다. 송파구는 의안명, 내용, 발의자, 처리결과별 검색이 가능하다. 또 개별 의안에 대해 최초 발의안, 수정 통과안, 의회 전문위원의 심사보고서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다.

 일부에선 이런 부실한 서비스가 국회의 기초의회 무용론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기초의원 스스로 주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의원들이 선거 땐 각종 공약을 내놓고선 당선 이후엔 어떤 공약을 냈거나 이행했는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광역·기초 자치단체는 대부분 공약을 공개하는데 기초의회만 예외”라고 비판했다. 또 “기초의회 스스로 의정활동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초의회 의원들은 국회의 ‘기초의회 무용론’에 반발한다. ‘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인 박용모 송파구의장(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당초 약속과 달리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반대 여론을 거세자 이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며 “주민과 가장 근거리에 있으면서 주민 의견을 대변하는 구의원이 없어지면 주민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시윤 기자

여러분이 사는 지역과 관련한 궁금증이나 제보할 내용이 있으면 江南通新으로 알려주십시오. 江南通新이 소개할 만한 내용을 추려 취재한 후 이슈 클릭 면에 상세히 풀어 드리겠습니다. hyer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