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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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잭·앤더슨」이 서울을 다녀갔다. 그의 5일자 「칼럼」에 보면 박 대통령과 2시간에 걸친 단독회견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우리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잭·앤더슨」이라면 신문지상에 언제나 충격적인 특종만을 터뜨리는 무서운 「칼럼니스트」로 유명하다. 따라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그의 서울 방문이 우리네 보도망에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 만큼 그가 비밀의 사나이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잭·앤더슨」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지기는 「뉴요크·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 등이 월남전에 관한 미 국방성의 「비밀문서」를 폭로했을 때부터였다.
그후 그는 ITT회사에 얽힌 「닉슨」 행정부의 수뢰 사건을 폭로하여 미 정계를 뒤흔들어 놓았었다.
그런지 얼마 후에 또 그는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전복하려고 ITT와 CIA가 음모했다는 또 다른 「앤더슨·메모」를 실었다. 이쯤 되고 보면 미 정부에는 그가 분명 눈의 가시처럼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언론대 정부」의 날카로운 대결에서 늘 한쪽 기수로서 세계적인 갈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언제가 그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무슨 이익을 꾀하느라고 폭로 전술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는 특정의 한 신문에 소속된 「칼럼니스트」가 아니다. 여러 신문에 「칼럼」을 파는 사람이다.
그의 「칼럼」을 사고 있는 신문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하여 7백46개지나 된다. 당초에 선배 「피어슨」의 뒤를 이었을 당시보다 1백46개지나 늘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수입은 1년에 10만 「달러」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생활의 유지를 위해서는 강연료·고료 등의 기타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돈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기에 그의 글에는 권위가 있는 것이다. 「앤더슨」온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기밀을 다룰 때는 각별히 신중을 기하여 좀처럼 공표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그에게는 뚜렷한 주의가 있다. 단순히 폭로를 즐기는 「센세이셔널리스트」가 아니다. 언제나 불평 부당하며 민주주의의 상도를 지키려고 그 자신 무척 애쓴다는 것이다.
그가 뭣보다도 아끼고 있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다. 이래서 그는 세계를 뛰어다니며 비밀을 들춰 내려 하는 것이다.
그의 취재원은 매일 2, 3백통에 이르는 정보 제공과 은밀한 동조자들이다. 이를 그는 3, 4명의 조수들과 함께 처리해 나간다.
나는 25년간 「워싱턴」의 비밀의 벽을 무너뜨리려 애써 왔다. 그러나 정치가들은 더욱 벽을 두텁게 하고 그 뒤에 숨으려 한다. 이제는 신문만이 마지막 성채가 되어 이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씹을수록 맛이 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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