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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10년 안에 친구 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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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산업·의료·국방과 같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죠. 지난해 구글이라는 외국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를 인수(물건이나 권리를 넘겨받음)하면서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요. 총알을 맨몸으로 튕겨내고 자동차보다 빠르게 달리는 영화 속 로봇을 현실에서 볼 수도 있겠죠. 영화 ‘로보캅’처럼 말이에요. 로봇 시대는 언제쯤 열릴지,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소중 학생기자·모델 3명이 로보캅 시사회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 동행 취재=조문경(용인 백현중 2)·김대희(수원 대평중 1)·장창희(용인 대일초 4) 학생기자, 사진=로보티즈 제공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하고 있는 로봇 ‘똘망’과 한재권 박사(오른쪽).

지난 7일 영화 로보캅 시사회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재난구조로봇대회 ‘다르파(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9위에 오른 로봇 ‘똘망’이다. 재난구조용으로 만들어져 계단을 오르내리고 가스 밸브를 잠그는 기능을 갖춘 똘망이 로봇 영화를 보러 온 것이다. 평소 로봇과 생명공학에 관심 있던 소중 기자단 3명도 똘망과 함께했다.

영화는 로봇이 활약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좋은 아빠이자 실력 있는 경찰인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를 겪은 후 머리와 척추를 제외한 몸의 나머지 부분을 기계로 바꿔 로보캅이 된 것이다. 자신이 기계인지 인간인지 고민하는 로보캅의 모습을 본 소중 기자단은 의문에 휩싸였다. “로봇과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란 뭘까요? 몸의 90%가 로봇이고 10%만 사람인 로보캅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영화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로봇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다. 똘망을 만든 로보티즈 한재권 박사와 전 지능형로봇사업단 단장 김홍석 박사, 한국예술종합대 조형예술과 최우람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다. 먼저 한재권 박사가 로보캅이 실제로 탄생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로보캅 같은 로봇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빠르면 10년, 늦으면 20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죠.”

지금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빠르게 움직이며 적을 물리치는 영화 속 로봇이 20년 안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문제도 있다. 로봇은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기에 도덕적·윤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보캅 영화에 나온 ‘EM-208’이라는 로봇은 철저히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인다. 상대방이 어린아이여도 무차별 공격한다. 만일 로봇 제어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기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말살하려는 로봇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로봇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공학·인문학·법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을 만들어도 이를 통제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덕적 사고방식이 프로그램에 포함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적인 통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예술과의 융합(하나로 합쳐짐)도 중요하다. 차갑고 무뚝뚝한 로봇에 따뜻하고 감성적인 예술이 합쳐져야 한다. “로봇과 음악, 영상이 융합된다면 사람에게 감동을 주게 됩니다.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로봇보다는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오는 로봇이 친근하게 느껴지겠죠.” 최우람 교수는 예술과 로봇공학이 하나가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로봇을 구분하는 기준은 ‘통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로봇은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이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홍석 박사는 “몸이 로봇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로봇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한재권 박사는 강조했다. 20년 안에 로보캅 같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로봇은 사람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계에 불과한 로봇에 생명을 주는 것은 사람입니다. 저와 같은 공학자들은 로봇의 몸체를 만들 뿐이지만 로봇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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