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은 모택동이 지어준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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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택동 중공당 주석이 상해의 삼류 배우 출신인 남빈과 40년 연안에서 혼인할 때 모 스스로 그의 신부에게 강청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설이 나왔다. 강청이란 이름은 당조의 유명한 시인 전기의 『상령고슬』 (상강의 여신이 비파를 뜯다)란 시의 마지막 구절 『강상수봉청』에서 모가 앞뒤 2자를 취해 그의 아리따운 부인에게 헌정 했다는데 이 시를 음미해보면 모가 미래의 자기 위치를 이미 확고하게 마음에 새기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
고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진 모는 전기가 과안 (과거 시험 제목) 의 답안으로 지어 급제한 이 시가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었을 거라는 해석을 던져준다.
이 시에 나오는 상령이란 인물은 중국 창세기의 선정의 주인공 요임금의 딸로서 비파연주의 명수, 그녀가 비파를 뜯으면 황하의 여신까지도 춤을 덩실덩실 춘다. 또 유수는 소포 (상강의 일기류로서 호남성의 영릉 근처에서 상강과 합친다.)에 흘라 들어오고 비감에찬 바람이 동정호를 스친 후 『가락은 끝나 인적은 보이지 않고 강상의 수봉만 푸르디푸르다』 (곡종인부족, 강상수봉청) 는 것이 이 시의 대강의 내용.
이 마지막 2구는 전기가 두 시를 위해 오랫동안 밤늦게 독서하던 어느 고요한날 밤에 창 밖으로부터 들려온 소리.
시인은 곧 창을 열고 바깥에 나갔지만 사방은 쥐 죽은 듯 한데 사람의 자취는 찾을 길 없어 괴이히 생각하며, 마음에 품고있던 중 과안을 받고 이 2구를 뒤로 돌리고 지은 시라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
어찌보면 이 시는 모의 그 당시 회포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모는 그가 요임금과 같은 중국의 지배자로 선정을 베풀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는 경우 유수가 모의 고향인 상강에 흘러들듯이 자기에게 인심이 모여 한바탕 소용돌이가 풍광명미한 동정호 (귀족들의 탐방지며 주연장)을 스친 후 세상은 맑디맑은 저 먼 푸른 산봉우리 같지 않겠는가고 모가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터.
그리고 전기의 고사가 상징하는 『득의』를 모는 또 놓칠 리 없어서 그의 아내에게 야단스럽고 화려한 인상을 풍기는 남완이라는 예명대신 자못 신선한 강청이라는 이름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풀이가 나올 수 도 있는 것.
그런데 이운학 (본명)에서 남빈으로 개명하여 연예계의 배우로 변신했듯이 강청으로 개명한 후 그녀는 요사스러운 연예계의 분위기를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20여년간 아주 조용히 미래의 상을 가꾸어 왔다. 이제 강청은 단순한 모의 처라는 후광을 넘어 모의 후계자 설까지 나돌 정도로 실력자가 돼있으니 청봉이라고 할 변신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도 있다. 모의 긴 안목은 새삼 경탄스럽다고나 할까.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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