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정책으로 고립 자초한 칠레군정 멕시코선 단교, 미 의회는 군원을 봉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선거에 의한 서방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대통령 「삼바도르·아옌데」를 넘어뜨린 작년 9월의 유혈 「쿠데타」 이후 초 강경 정책으로 일관해 온 「칠레」군사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점차 고립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쿠데타」의 와중에서 피살된 고 「아옌데」대통령의 부인 「호르텐시아」여사를 비롯한 8백여명의 「칠레」 좌파에 망명처를 제공한바 있는 「멕시코」정부는 26일 「칠레」와의 국교단절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같은 날 미상원 외교위는 75회계 년도의 대 「칠레」군원을 1천만「달러」로 제한하자는 정부측과의 타협안을 폐기시키고 「에드워드·케네디」의원이 제안한 대 「칠레」군원 전면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의 「칠레」에 대한 군원을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칠레」에 대한 미국 의회와 「멕시코」의 이러한 조치는 물론 「칠레」군 사령부의 국내 탄압정치 때문이다.
작년 9월의 「쿠데타」직전 한때 「칠레」를 내란일보전의 상태로 몰아갔던 좌·우파간의 대립을 억제한다는 명목 아래 모든 정당활동을 중지시키고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온 「칠레」군사정부는 「쿠데타」 이후 1년2개월이 지나도록 이 강완정책을 조금도 누그러뜨릴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쿠데타」 1주년을 기념하는 지난 9월11일 「칠레」군사정부는 처음으로 시민집회를 『허용』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부스타만테」 광장에 장중한 「칠레」 국가의 대합창이 퍼지면서 등장한 군정 3수뇌와 「피노체트」대통령은 50만명 이상이 동원된 이 관제 대집회에서 앞으로의 정책을 천명했다.
「피노체트」대통령은 「인플레」율에 따라 임금을 3개월마다 자동 인상하고 빈민대책으로 긴급주택 14만 채를 짓겠다는 약속과 함께 내전상태를 종결짓기 위해 계엄령과 야간외출 금지령을 계속 실시하며 정치활동은 아직 당분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의를 입힌 군정의 이 억압정책은 거리의 불량배에게도 적용되었다. 지하로 잠복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불량배와 결탁하여 소요를 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군대와 경찰은 불량배 일소 작전을 폈으며 유도와 당수까지도 금지시켰다.
한때 군사 「쿠데타」를 적극 지지했던 전 기민당 당수 「르낭·푸엔테알바」씨는 「칠레」 국내의 인권 및 자유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가 『국내 평화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했다』고 국외로 추방되었다.
군대식인 엄격한 규율 속에 비「마르크스」주의화를 추구하고 있는 「칠레」군정이 재판 없이 수감된 정치범에 대해 마땅한 대우를 하지 않고 올해 2백%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공업생산감소(작년비 1.8%하락) ,실질임금 수준 하락(작년비15%하락)에 대해 마술사와 같은 처방을 내놓지 못한다면 『앞으로 10년간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피노체트」의 말도 단순한 장기집권의 욕심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