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경비>
38선-. 조국의 허리를 남과 북으로 갈랐던 분단의 선. 그것은 국경보다도 더한층 높고 깊은 단절의 벽이었다.
국립 경찰의 젊은이들은 호국의 무거운 임무를 진 채 미처 펴지 못한 젊음을 38선에서 불사르며 수없이 쓰러져갔다. 해방과 더불어 미·소가 한국을 분할 점령한 뒤부터 북괴는 남북간의 주요 교통로를 차단하고 38선 일대에서 교란 작전을 일삼아왔다.
북괴는 인민 집단군 외에 47년7월부터는 38경비대를 조직, 소련군과 임무를 교대했다. 49년2월 이후에는 이 경비대를 여단으로 승격시켜 3개 여단의 병력을 강원도 간성, 황해 도시 변리·죽천 등 3개 지역에 분산, 38선 일대에 포진했다.
남한에 진주한 미군 제7사단은 옹진·개성·의정부·춘천·강릉지구에 주둔, 38선 경비를 맡았으나 주력은 역시 경찰이 맡았다.
국군이 38선 경비에 나선 것은 49년1월 이후였다.
경찰은 국군이 창설된 뒤에도 국군과 함께 38선 경비를 계속 맡아 오면서 북괴의 온갖 도발에 대처했다.
경찰은 45년10월 국립 경찰이 창설되면서부터 38선 지구의 경찰서에 38 경비 지서를 두고 치안을 담당했지만 특별한 장비나 전술상의 방어 진지는 하나도 준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소련군 지휘하의 북괴 38선 경비대는 지형의 잇점을 이용, 완강한 진지를 구축하고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가다듬었던 것이다.
남북 경비대의 대치 거리는 불과 2∼5백m 로 쌍방은 육안으로 서로를 식별할 수 있고 크게 말하면 목소리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선전전을 벌이다 욕설을 퍼붓고 마지막에는 총격전울 벌이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은 그 나름대로 경비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48년12월 38선 지역으로부터 미군이 철수하차 38선 일대에 지파출소·경비 초소를 증설하고 1천2백명의 경찰관을 증원하는 한편 경사로 보하던 지서주임을 경위로 배치했다.
당시 38선 일대의 경찰관 지파출소는 관할 구역에 의한 행정상 필요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경비목적에 따라 세워진 것이었다.
이 때문에 험준한 치악산의 2백 고지 위에까지 경찰관지서가 설치됐고, 연백군 봉북면 같은 인민군 남침「루트」에는 1개 면에 장곡·봉북·오현·관덕정 (출장소) 등 4군데나 경찰관 지서가 있었다.
지서에는 30∼50명씩의 경찰관이 배치돼 있었고 이들은 한번 부임하면 3개월 동안 휴가나 외박이 금지된 채 경비임무에 나서야 했다.
38선 경비 경찰관들은 대부분이 첩첩 산중이나 험준한 고지에 배치돼 끼니도 산밑에서 날라다 주는 주먹밥으로 때우기가 일수였다.
넘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서 눈만 뜨면 마주 보는 경찰 경비대와 북괴 38선 경비 대원들은 때로는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노래자랑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측은 주로 『감격 시대』 「나그네 설움』 등의 가요를 즐겨 불렀지만 북괴 측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언제나 딱딱한 노래로 흥을 깨뜨렸다.
북괴 측은 밤만 되면 경비 경찰관의 눈을 피해 38선을 넘어와 주민들을 학살하거나 납치해가고 농우를 훔쳐 가는 도둑질을 일삼았다.
당시에는 38선이라고 씐 표지만 군데군데 세웠을 뿐 철조망 가설이나 지뢰 매설 등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행하기가 쉬웠었다. 이 같은 북괴측의 만행이 있고 나면 우리측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측 양민이 납치됐을 때는 경찰 경비대가 2∼3명으로 된 결사대를 조직, 민간인 복장차림으로 역시 야간을 이용, 38선을 넘어가 북괴의 민청 위원장 등을 잡아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양측은 다음날 서로가 잡아온 포로를 일정한 장소에서 교환하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군들은 이같은 보복 행위를 달갑게 생각치 않았기 때문에 경찰 경비대는 보복 행위로 북괴 측 사람을 잡아왔을 때도 그들이 불법 침입했기 때문에 체포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38선 경비는 고된 근무였지만 그런 가운데드 때때로 즐거운 일도 있었다.
장곡 지서의 경우 1주일에 한번씩은 꼭 연안 읍내 권번에서 기생들이 위문을 와 경비 경찰관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기생들은 음식을 장만해와서 경찰관들에게 대접하고 노래를 부르고 배구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38선 지서에는 다른 파출소나 지서에 비해 시찰이나 위문 오는 고위층이 많았다. 이럴 때면 고지위 초소에 나가있는 경찰관들이 기관총을 시끄럽게 쏘아대며 북괴가 도전해와 전투가 벌어졌다고 거짓 보고를 하기도 했다.
총소리에 놀란 고위 인사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안절부절못하기가 일쑤였다. 이를 본 경찰관들은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은 모두가 단조롭고 위험한 경비 업무에 시달린 심신을 풀기 위한 나무랄 수 없는 장난기라 하겠다. <계속>계속>
(1199) <제자 김태선>|<제41화> 국립 경찰 창설 (37)|김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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