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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까」일 수상의 퇴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정국은 전중 수상의 퇴진과 그 후계 인선문제로 어수선하다. 한·일 관계의 심도 때문에 일본의 내부적 큰 변화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일본 정국의 추이에 우리는 무관심할 수가 없다.
월간지 「문예춘추」가 전중 수상의 금권정치를 파헤치면서부터 그의 수상직은 흔들려 왔다.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내각과 당직 개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풍향을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몇몇 경제 단체가 자민당에 대한 대금지원 중단을 결정하고, 언론이 그의 퇴진에 압력을 가하면서부터 일본의 여당 안에서조차 전중 수상의 지도력엔 회의가 늘어갔었다.
얼마 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도청사건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다시 일본 수상이 금권정치의 지탄을 받아 물러서게 된데 대해 그 상부는 단치하고 그 결과에 대해 우방 국민으로서 유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두 나라는 그러한 진통을 겪으면서 도리어 정치적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일본의 정당정치는 철저한 파벌 정치가 그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엔 금력의 작용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 전중 수상이 퇴진하게 된 것은 이 금권정치에도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전중 수상은 얼마전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문예춘추의 기사를 상세히 읽어보지는 않았다』『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의혹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겠다』고 말했었다. 상세히 읽어보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일본 국민들은 지도자로서의 불성실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으며, 조사해서 밝히겠다는 미온적인 대목에서 불만을 느꼈음직하다.
일본 보수정당의 파벌정치에는 불가피하게 금력이 수반된다는 사실이 양해되고 있으면서도 일단 그것이 의혹으로 거론됐을 때는 어물어물 덮어지지 않는 것은 금력정치가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다.
전중 수상은 비록 퇴진하지만 그 후계 인선에서 전중파가 계속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이점 「닉슨」파가 중간 선거에서 참패한 미국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이는 전중 수상이 최후의 궁지에 이르기 전에 퇴진을 결심한 사실과 또 자민당 내의 집권경쟁이 극한 투쟁 아닌 『테두리 속의 투쟁』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전후 일본의 정권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자민당 내에서의 영도자 교체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민당이 오랫동안 안정된 집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민당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거기서 얻어진 중산층의 기반 외에 자민련 내부의 정치경쟁 방식이 그 저력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전중 수상은 금명간 사임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민당 각 파는 총재를 경선할 것이냐, 사전 조정할 것이냐를 놓고 각기 탐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계 인선이 어떻게 결말되든 간에 일본 자민당은 기본 질서를 흔들리게 함이 없이 지도자를 바꾸어 국제 정치상의 역할을 견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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