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우호와 결속을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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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럴드·포드」미국 대통령의 1박2일간에 걸친 방한은 박정희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그 성과가 집약됐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한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원조제공 ▲주한미군 불 감축 ▲한국군 현대화 계획의 이행과 방위산업 육성 ▲남북침화의 계속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 ▲상호 경제협력의 증진과 「에너지」의 안정공급을 위한 노력 집중 등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원래가 양국의 국내 사정, 제3국에의 영향을 고려해서 의례적·포괄적인 표현으로 작성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박·「포드」공동성명도 회담 내용의 전부를 묶은 것은 아닌 것이며 중요한 관심사가 문구 뒤로 숨었을 가능성은 크다.
1차 회담 자리에서 15분간의 단독 회담, 「리셉션」과 만찬 도중 별실에서의 비공식 회담, 그리고 이한 인사 자리와 전송 차 중에서 주고받은 대화 중에 오히려 뼈 있는 부분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만하다.
문맥으로 나타난 공동성명은 미국 안의 일부 한국 정부 비판에 불구하고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보장 등 한·미간의 「기존 관계」를 재확인했으나 한국안보를 다짐한 그 자체가 한국에 주는 중요성은 시기와 상황으로 보아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박·「포드」회담은 한·미간의 현안을 타결 짓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포드」대통령의 방한자체에 역점과 의의가 부여됐었다. 지난 50년1월 당시 「애치슨」미 국무장관이 『한국은 미국의 방위선밖에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공산 측의 전쟁도발을 유발했다는 전례에 비추어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 재확인은 의미가 새롭다.
이와 관련해서 박·「포드」회담에서 서로의 국내 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 인권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대한(「하비브」미 국무차관보) 답변회피 사실은 일단 관심거리다.
그리고 「키신저」가 말한 대로 한·소, 한·중공의 관계에서의 한국 문제도 토의됐다면 「포드」·「브레즈네프」회담과 「키신저」·중공 지도자들과의 회담과 연결되는 것이어서 한국 문제의 장래에 대해서도 깊숙한 「의견조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과 같이 「유엔」에서의 한국문제 처리에 대한 타협인이 미·중공 또는 미·소간에 논의될지는 미지수지만 한국 측과 직접 사전 협의를 가졌다는 데서도 이번 회담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포드」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특수 여건에 처해 있는 한국에서 평화통일 노력 등 박 대통령의 「리더쉽」에 대한 우호표시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 같다. 「포드」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직접 현지 감각을 체득하고 최대의 환영 속에 다녀간 것은 그 자신으로서도 적지 않은 소득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포드」대통령의 방한은 『일본 방문의 보완』『한국엘 들르지 않으면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의 약화로 간주되어 심각하고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키신저」의 말을 넘어서서 「플러스·알파」를 남긴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알파」가 한국이나 미국 어느 쪽으로 더 큰 이득을 줄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결과가 판명될 것이다.<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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