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교원 연금법과 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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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문공위는 그 동안 그 시행이 무기 연기되었던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을 75년1월1일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문교부예산을 7억1천8백만원 증액키로 의결했다.
사립교원연금제도의 실시로 국가는 매년 약 7억2천만원, 학교법인은 12억원, 교원은 26억원을 각각 내게되어 총액 약 12억1천8백만원이 매년 적립될 것이며 이 돈은 다시 국민투자기금 법에 따라 산업발전에 재투자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저축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학재단이 그 기여금을 불입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특히 사립 중·고교의 경우, 자신의 독자성을 살릴 수 있는 학생 진퇴학에 대한 자율권마저 없어진지가 이미 오래인데다가 수익재산은 보잘 것이 없어, 아예 학교자체를 팔려고 내놓은 재단도 한둘이 아니다. 사립학교의 심각한 재정난은 문교당국에서도 공인하는 바로서 금년 들어서 만도 50% 이상의 공납금인상을 허가하고서도 따로 상당액의 국고보조까지 주기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그럴진대 앞으로 재단에서 부담토록 되어있는 3.5%의 기여금을 공납금 인상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사학이 몇이나 될지는 큰 의문이다.
유 문교는 3.5%기여금을 부담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면 이를 부실재단으로 인정하여 정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사학들이 이 교원연금법에 의한 기여금 부담 때문에 정비된다면 그에 대처할 대책까지도 생각하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엄연한 현실은 막심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중·고교 사학재단을 인수하여 육영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조차 이제는 거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이지, 현재의 사립 중·고교는 공립 중·고교와 거의 다를 것이 없다. 학교평준화계획에 따라 시설과 교육·인사 등 학사운영의 거의 모든 영역이 관학화하고 있으며 학생의 학교선택여지조차 전혀 배제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전통 있는 명문사학일수록 교원의 평균연령이 높아 봉급과 퇴직금 등 인건비가 늘어나고 있어 사학 재단 측은 바로 그 때문에 연금법의 시행을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사학재단이 교원연금법이 실시되면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리라는 생각에서 그러한 착상을 한 것이라면 이는 큰 잘못일 것이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의 급여요, 연금법은 사회 보장적 입법의 혜택이니 만큼 그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연금지급으로 퇴직금 등이 상살 될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규정은 마땅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사학재단으로서 퇴직금을 적립하면서 또 연금 기여금 3.5%씩이나 부담한다고 하는 것은 여간 벅찬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학교원의 연금에 대한 재단부담은 이를 국고가 대신하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사립 중·고교의 평준화와 함께 현재의 사학은 사실상 공립교육기관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사학교원의 질적 향상과 권익옹호를 위하여 이들의 봉급과 연금부담도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것이 정도라는 것이다.
사립 중·고교의 평준화는 시설보다도 교원자질에 있어서의 평준화가 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사학고원의 질을 향상하고 사립학교재학생의 학습능률을 고취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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