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련 속의 국제협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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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경제상호간의 밀접한 유착 때문에 세계는 이미 같은 배에 타고있다. 불황과「인플레」 는 국경이 없다. 순식간에 확산·전파된다. 인근궁핍화정책도 배타적 번영추구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일국의 정책행동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특히 그렇다. 서방경제의 공동번영, 공동안정을 위해선 국제적 정책조정을 위한 국가주권의 제한조차도 감수해야할 형편이다.
금년의 불황심화도 국가「에고이즘」의 첨예화와 국가간 정책조정의 소홀히 기저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불황의 도화선이 된 석유파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석유무기화에서 발단되었지만 이는 세계적인 불황으로「에스컬레이트」되어 결과적으로「아랍」산유국도 공동피해를 보게 되었다. 산유국 중에서「사우디아라비아」같은 온건국이 석유가 인하를 주장하는 것도 높은 석유가가 세계경제질서의 파괴와 전면적 위기를 초래하여 서방측의 원조없인 불가능한「아랍」의 공업화계획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석유가 인상으로 본격화된「인플레」를 수속하기 위하여 미국등 선진국들은 총수요 억제책을 강행했다. 당연히 금리는 오르고 기업투자는 위축되었다. 미국 등의「인플레」정책은「인플레」수속엔 별효과를 못 거둔 대신 불황심화 실업증가를 가속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또 미국의 긴축과 「오일달러」의 누적은 일본과 EEC의 국제수지를 극도로 악화시켜「유러달러」시장의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을 과도하게 긴장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미·EEC·일본등 선진국 경제의 긴축은 비산유 개발도상국에 치명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 생각하면 미국 등 국제수지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주요이 사전적인 정책조정을 통해 긴축강행의 정도를 완화했더라면 불황심도도 훨씬 덜했을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사실 지난9월 IMF총회 때에도 미국이 긴축을 완화하여 경기회복의 길을 터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었다.
그러나 당시 심한「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던 미국은 다른 나라를 위하여 긴축을 풀 수는 없었다. 자국의 이익이 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이타적 정책을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세계경제의 기대성 강화와 공동운명성에도 불구하고 일국이 취하는 정책은 항상 국내를 두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정책목표와 상치돼도 어쩔 수 없다.
구체적인 정책의 발상과 시행은 그 나라의 주권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1백30여개의 국민경제로 구성되며 각 국민경제는 다양한 국가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로 이해가 상위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국민경제간의 이해상위를 어떻게 조정하여 장기적 국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불황 탈출이나「인플레」극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서둘러야할 국제협력의 구체적인 과제는 ①석유가 안정 및「오일달러」환류 조치 ②변동제 「가이들 라인」과 국제통화질서유지 ③자유무역체제의 준수 등이다.
국제통화체제개혁과 신 국제「라운드」는 석유파동에 따른 당면문제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다. 세계경제질서의 파탄을 막기 위해선 당장의 극심한 국제수지불균형을 메울 자금순환「채늘」이 더 시급하다. 이의 응급개통 후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국제통화·통상체제의 개혁에 착수해야한다.
석유가의 현상유지나 식량무기화의 유예·평가절하 및 통상경쟁의 불발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것이며 이는 각국이 첨예화된 이해대립 속에서도 세계경제의 공존적 유대성을 그래도 인식하고있다는 증좌라 볼 수 있다.
석유가 문제는 미국이 가격인하를 소비국의 공동보조에 의해 관철하자는 주장인데 반해 EEC와 일본은 현 가격은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오일달러」의 환유만 보장시키자는 입장이다.
석유가 인하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IMF등에서도 석유 금융제를 통해「오일달러」환류만 주선할 뿐 근본적인 석유가의 인하엔 소극적이다.
국제간의 경제협력은 사태가 극한의 지경에 와야 비로소 작동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세계경기도「인플레」도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이제까지의 국가간 정책 상치가 세계불황과「인플레」를 심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됐지만 아직도 정책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불황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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