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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한 수] 절묘한 자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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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마음이 앞서면 모양이 나빠진다. 돌이 밸런스를 잃고 뭉치거나 빈삼각 등 우형(愚形)이 되는 것이다.

모양이 나쁜 것은 속으로 병이 든 것과 같아서 반드시 탈이 난다. 부실공사가 사고로 이어지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고수들도 때로는 한탕의 유혹에 빠져 사고를 당하곤 한다.

# 장면 1 중국 천원전 결승국. 중국바둑을 이끌고 갈 신예 리더들인 구리(古力)7단과 황이종(黃奕中)6단의 대결이다. 1승1패의 상황에서 최종국을 맞이했다.

흑을 쥔 黃6단이 백?들의 대마를 포위한 뒤 백의 반발을 흑1로 억누른 장면이다. 그러나 흑1은 빈삼각의 우형에다 자충의 모양이어서 이미 일촉즉발의 느낌이 짙다. 백의 결정타는 무엇이었을까.

# 장면 2 백1의 자살수가 흑의 자충을 유도하는 깨끗한 급소 일격이었다. 이 수에 흑이 A로 끊는 것은 백2로 이어 파탄. 흑의 뒷수가 차면 B의 절단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흑은 부득이 2로 물러섰고 백은 3으로 잡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게다가 선수를 잡은 백이 5의 큰 곳마저 차지해서는 승부 끝. 구리7단은 2대1로 천원 타이틀을 따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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