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중노동에 고달픈 원양선원|꿈과는 거리먼 바다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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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이춘원기자】원양어선의「마드로스」는 고달프다. 망망대해를 가르는 만선의 푸른 꿈과는 달리 중노동에 저임, 그로 인한 동료간의 불화 등 바다의 현장은 냉혹하기만 하다. 원양업계에 의하면 현재 북양을 비롯, 「사모아」·인도양 등 원양에 나가있는 우리 선원들은 7백30여척에 2만9백40여명.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부푼 희망을 안고 험한 원양에 도전한 이들이지만 현실은 꿈만 같지는 않다.
우선 이들의 수입은 회사와 선원들이 이익금을 나누는 보합제로서 대체로 회사가 조업경비를 제외한 수입금의 65%를 갖고 선원들 몫은 고작 35%이다.
이 선원들 몫도 선장이「하사관 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돼 있어 실제 대다수 작업선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꼬리토막에 불과. 게다가 지난해의 유류 파동이후부터는 조업경비가 엄청나게 불어나 가뜩이나 적은 선원들의 임금은 더욱 줄어들어 한달 배당이 2만∼4만원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돈벌이 꿈의 출항 때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저임 실태이다.
그러나 이같은 저임에도 어로 작업은 수면 시간마저 모자라는 중노동의 강행군.
어느 배나 어획 목표량에 쫓겨 잠자는 시간은 고작 4∼5시간뿐이라는 것.
이에다 사관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급선원 식사는 밥 1그릇에 소금국 1그릇·무우절임 뿐인 실정.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수입을 더 올리고 경비를 절감키 위한 발버둥이긴 하지만 웬만한 건강으로는 배겨내기조차 힘든 작업환경이다.
뿐만 아니라 선원의 구성마저 25∼30명 가운데 일부만이 선장과 친면있는 사람이고 나머지는 적당히 승선 희망자를 모은 오합지졸이어서 이같은 악조건을 단합해 넘길 것을 기대조차하기 어렵다.
『직접 조업을 하지도 않는 사관들이 꽤 선원 몫의 절반을 차지하느냐』 『사관만 잘 먹기냐』는 등 모든 불만이 곪아터지게 마련인 여건이다.
이처럼 같은 운명의 동주라는 의식부재는 그동안 숱한 사건을 빚어내기도 했다.
72년5월7일 3년간의 조업계약을 맺고 인도양으로 참치잡이를 나갔던 삼원어업 소속 삼원21호(2백53t)의 경우 지난9월30일 선장 정종호씨(38)의 심한 폭행·혹사, 형편없는 부식 등을 이유로 선원들이 조업을 거부하고 선상반란을 일으켜 부산항으로 뱃길을 돌리게 했다.
이 때문에 선원 천만이씨(32) 등 2명이 선원법위반으로 구속되고 이복현씨(26) 등 8명은 입건되는 뒤끝을 초래.
작년6월 32개월간의 조업계약으로 대서양에 나갔던 삼송산업 소속 삼송73호의 경우도 역시 선원들이 형편없는 부식 대우를 들고일어나 선장 이양진씨(42)를 추방결의하고 쟁의에 돌입, 「스페인」 「테네리페」항에 무단 하선기도 했다.
그러나 원양업계는 아직 우리나라 원양선원들의 자질이 대부분 중졸 이하이고 보합제가 아니면 직업 능률이 오르지 않아 기본 임금제 실시도 어렵다는 견해여서 이들의 불만이 해소되기는 당분강 어두운 전망.
선상 문제를 조정해 줄 수 있는 해외 어업 기지의 상주 감독관 부재·의료시혜부재 및 안전을 위협하는 노후선박 등 어렵기만 한 현실 속에서 소동의 시비는 내연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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