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과「다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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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 정치에 있어서「모럴」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위독설의「닉슨」과「다나까」수상의 곤경은 새삼 그런 질문을 음미하게 만든다.
「모럴」은「라틴」어의 mos에서 유래한 말이다. 관습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관습은 인간의 오랜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인간 관계에 관한 이치」다. 「윤리」라는 말은 그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은 이 윤리의 가치 기준이 서로 다르다.
서양은 인간의 개인적인 자유와 평등의 기준에서 윤리를 생각한다. 하지만 동양의 윤리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하나의 질서를 찾으려 한다. 서양의 경우를「개인의 윤리」라고 하면 동양은「공동의 윤리」인 것이다.
「닉슨」의 파국과 전중의 곤경은 말하자면 동서의 정치적「모럴」이 요구하는 냉엄한 현실의 단면 같기도 하다.
「닉슨」은 72년11월의 선거에서 61%라는 압도적 다수의 지성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중공 방문」이라는 획기적인 외교 성과를 올렸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과의 유대를 통해 3극 체제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어둡고 긴 월남전을 축소시키며 휴전을 이룩한 것도「닉슨」이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하고 역사적인 정치 역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명예 제대를 하고 말았다. 정적의 비밀을 캐내는 도청자의 혐의가 그의 불행을 자초했다. 이것은 바로 자유와 평등의「룰」을 범한 서구적 윤리에의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다.
「닉슨」은 대통령 사직이라는 파국 이후, 병고 마저 겹쳐 실로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필경 심리적인 위축이 그의 병세를 재촉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은 그에게 특별 사면을 준「포드」대통령의 신뢰마저 깎아 내릴 정도로 차갑고, 단호하다. 「센티멘털리스트」의 그것이 아니다.
일본의 전중 수상은 지금 외유중이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일본의 한 유력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의 인기도는 14%∼18%에 불과하다. 그도 역시 정치적인「이머랠리티」(부도덕성)가 문제되고 있다.
일본의 정치 무대에「금권정치」를 몰아 왔으며, 정치적인 수단에 의한 치부까지도 폭로되었다. 이것은 동양 윤리의 견지에서 보면 인간관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인간적인 신뢰 대신에 금권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한다.
정치적인 부패에서 빚어진「비인간적인 상황」에 사람들은 깊이 회의하고 환멸하게 되었다.
이런 일들은 동양적인 윤리에서 보면「인간 제로」(령)의 상황이나 다름없다.
결국 어느 사회에서나 정치인에 대한 원초적인 기대는「모럴」이라는 덕성인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적 수완이나 권력의 밀도를 갖고 군림하는 정치인의 말로는 안 보아도 본 듯하다. 「닉슨」·「다나까」정치의 교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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