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제로 번진 파리 대공원 계획|중앙시장 자리 건설 싸고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에밀·졸라」가『「파리」의 배구멍』이라고 불렀던「레·알르」(Les Halles=가「파리」중앙시장) 자리에 무엇을 건설할 것인가를 둘러싸고「지스카르 -데스텡」대통령과「파리지엥」그리고「파리」시의회 간에 논의가 분분하다. 「레·알르」를「파리」교외로 옮긴다는 계획은 이미 6년 전에 채택되어「오를리」공항으로 나가는 길목으로 이사한 지는 이미 수년전, 그후 상인들이 빠져나간 장터에는 세계의 가난한 예술인들이 몰려들어 공짜 연주회·연설장으로 연일 초만원을 이루어 소란하기 짝이 없어 정치인들의 골치를 썩혀 왔었다.
이 곳에「퐁피두」전 대통령은「프랑스」가 예술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상업의 중심이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국제 상업「프랑스·센터」와「퐁피두」기념 박물관을 건설키로 결정했고 작년 연말부터 착공했던 것이다. 원래「파리」시의회는 거대한 공원을 건설하자고 제의했었지만『만일「레·알르」를 잔디밭으로 만들었다가는 세계의「히피」족들의 집중지가 되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래서 상업「센터」와「퐁피두」박물관은 76년 완공 계획으로 공사가 진행 중 최근「지스카트」대통령이 느닷없이(?)『이 모든 공사를 백지로 돌리고 거대한 공원을 건설해야 한다』는 새로운「파리」건설 계획의 일환을 발표한 것이다.
「지스카르」의「레·알르」대공원 계획은 발표하는 순간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우선 깜짝 놀란 측이 집권당을 지탱하고 있는「드골」파. 「지스카르」가「드골」파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박물관」을 백지화시킴으로써「드골」파의 세력을 퇴조시키려는 저의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물론「지스카르」의 발표로「드골」-「퐁피두」의「파리」도시 계획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한 측면을 읽게 한 것도 부인 못 하지만 이 때문에「드골」파인「자크·시라크」수상을 비롯한「드골」파 정치인들이 박물관만은 지어야 한다고 강력히 설득, 장시간 논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표가 있자 일단 공사도 중단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상업「센터」건설을 담당해 온 40여 개국으로 구성된 세계무역협회「센터」(world trade center Associatoin)에서 난색을 표명해 온 것이다. 이유는 이미 공사가 너무 진전되어 재정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재정손실 7억 여만「프랑」(약1억6천만「달러」)보다도 이미 상업「센터」건설을 위해 파 놓은 크고도 깊은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기술적 문제다. 28만 입방m나 되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10t짜리「트럭」2만8천대가 동원되어야 하며 여기에 들어가는 경비 또한 적을 수는 없다. 결국「퐁피두」박물관 건설은 공사중단 2주일만에 재개, 「시라크」수상의 설득에「지스카르」가 양보한 듯하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먹힐 잔디밭이「파리」의 한복판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명백한 것은「파리」를 이대로 두면 국제도시「파리」의 특징을 잃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옛 구역의 보수와 단장, 건물 높이의 규제, 총체적인 도시계획의 추진 등 양보다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지난 8일 장비상「가레이」는 6개의「레·알르」건설 계획안을「지스카르」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스카르」는「파리」경시 총감·「파리」시의회 의장을 참석시킨 가운데 이 문제를 심의하기 의한 각의를 소집했다.
현재까지는 타원형의「아케이드」에 원형 야외극장을 조화시킨「푸른 건축물」에다 조형적 공원(그 속에는 다색 분수 등이 마련)을 혼합하고 현재의 구멍은 수영장으로 설계한「리카르드·보릴」안이 가장 유력하지만 확정되기까지는 이 달을 넘기게 될 전망이다. 결국 이날의 각의에서도 결론을 못 내려 「파리」시의회에서 계속 검토할 과제로 남기고 말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