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뉴스위크」지 회견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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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화해정책은 강대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었는데 그것이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도 똑같이 도움이 되었다고 보는가?
답=화해 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였다는 점으로 보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대화를 하는척 하면서도 그들은 동시에 계속해서 무모한 무력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도발 행위는 말할 것도 없이 문세광을 보내어 나를 암살하려 기도했다가 대신 내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그들은 우리가 제의한 불가침 선언의 목적과 진정한 취지를 분명히 악용하려 하고 있으므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으나 우리는 통일과 긴장완화가 촉진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인내로써 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문=동「아시아」의 안정을 증진하는데 중공·소련·일본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답=미국과 함께 이들은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들이다. 공산국가들이 화해 정책을 기회로 해서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주한 미군 및「유엔」군의 잔류를 비롯한 현재의 세력 균형과 현상 유지 정책은 계속 견지되어야 한다.
이들 4대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한 동「아시아」의 안정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미국이 이 나라에서 건전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 대하여 일부 미국인 사이에는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 「라이샤워」교수 같은 이는 한국을 방위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라이샤워」교수가 반드시 미국의 정부나 여론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외국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민주주의란 인류의 이상인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것을 완전히 달성한 나라는 없다. 또한 나라마다 각기 역사적·문화적 또는 지정학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길도 각기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2백60만이나 되는 방대한 정규군과 민병대는 중공이나 소련이나 일본과 싸우기 위해 훈련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전복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소련「미사일」이「쿠바」에 설치되었음을 알았을 때의 사태와 똑같이 긴박한 사태에 계속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한 나를 보고 탄압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그 민주주의는 우리의 형편에 적합한 것이어야만 한다. 또한 반대 의사 표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문=1971년 선거당시 이것이 마지막 임기라고 말씀했는데 왜 그 생각을 바꾸게 됐나?
답=미·중공 화해, 「닉슨」대통령의 방중, 일·중공 국교 정상화, 일본·자유중국 관계 단결 등 일련의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해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와 같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또 이러한 긴장완화의「무드」에 대처하면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나는 이 사회에서 낭비와 비능률을 제거하여 국력을 총동원하고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위험한 자유방임 사조의 폐단을 불식함으로써 북한과의 평화적 경쟁에 임하기 위해서는 계속 대통령직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1972년 유신을 단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일부 인사들은 그 진정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십자가를 질 결심을 하였고, 그 잘잘못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문=한국의 정치사는 파란에 차 있으며 평화적 정권 교체가 없었다. 이 문제와 후계자 양성에 대하여 생각해 봤는가?
답=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박지 못했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 교체가 없었다. 그러한 교체가 가능하려면 튼튼한 기초가 있어야 하는바 내가 지금 그 기초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 헌법은 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보장하고 있다. 후계자 양성에 관해 말하자면 정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남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문=정치범의 체포, 고문으로 한국의「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았는가?
답=우리나라에는 정치범이란 없다. 공산주의자이거나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범법자만이 있다. 정치범이 없는데 고문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열리고 있는 국회에서의 토론을 듣고 신문을 읽어보면 한국안에 상당한 반대 의사표시가 허용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문=한국에서 허용되는 상당한 반대의사 표시란 어떤 것인가?
답=우리는 소수의 반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허용될 것이다. 국회 안에서 자유로이 토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혼란을 가져오고 국가 경제발전을 저해할 가두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
문=김대중씨는 이미 많은 고생을 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를 자신의 원하는 대로 출국시켜 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답=그는 자유의 몸이며 원하는 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
당신 같은 외신 기자들도 그를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국 문제는 계류중인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재판을 통하여 무죄의 판정이 내려진다면 그도 다른 일반 한국시민과 똑같이 취급될 것이다.
문=「포드」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하는 뜻에서 정치범을 특사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답=이미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정치범은 없다. 오직 공산주의자와 정부 전복 음모에 연루된 사범만이 있는데 후자 중에서 재판 진행 중에 개과천선의 정이 보이는 자에 대해서는 감형을 고려 중에 있다.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죄과를 뉘우치고 앞으로 선량한 시민이 되기로 약속하여 집행유예를 하게 된 한 학생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포드」대통령의 방한을 충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의 방한과 이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문=각하께서는 무엇이 가장 큰 업적이며 또 가장 어려운 문제점이라고 보는지?
답=나는 지금까지 내가 이룩한 일로 인해서 칭찬도 받아 왔고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최후 판단은 역사에 맡기기로 하겠다.
굳이 그 업적을 묻는다면 그것은 나 개인만의 업적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업적이라고 말하겠다. 왜냐하면 그들의 단결과 협조적 결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려운 문제들도 계속 대두될 것이다. 나의 일은 언론인의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어려운 일은 국민의 단결을 도모하고 총화를 이룩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최대한으로 발휘시키는 것이다. 이것만 이루어진다면 다른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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